[책속의 발견]4. 여섯번의 월드컵, 그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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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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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 혼비 ‘피버피치’

[사진=홍성환 기자]


#시즌 첫날 팀의 장래를 낙관하며 열광의 그라운드에 목숨을 걸었던 1970년대 초 얼간이 같은 모습으로 나는 경기를 빨리 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을 안고 하이버리로 돌아왔다. 축구에 시들해진 것이 철들기 시작한 탓이었다면 나는 딱 열 달 동안만 철들었다가 열아홉 살에 제2의 아동기로 돌아간 셈이다. <피버피치, 137쪽> (닉 혼비, 문학사상)

월드컵이 개막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기대와 열기보다는 비관과 무관심이 만연합니다.

그동안 열렸던 월드컵은 제게 크고 작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첫 기억은 1994년입니다. 극적인 동점골로 무승부를 기록한 스페인전, 수많은 기회를 날리며 아쉽게 비긴 볼리비아전, 졌지만 잘 싸운 독일전. 같은 성이면 먼 친척뻘은 되는 줄 알았던 어릴 때라 홍명보 선수가 골을 넣으면 괜히 으쓱했습니다.

1998년은 절망과 감동이 교차했습니다. 멕시코에는 먼저 골을 넣고도 한 명이 퇴장당하며 졌고, 네덜란드에는 5대0으로 무기력하게 패했습니다. 결국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됐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임생 선수가 피가 흐르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뛴 모습은 여전히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4강 신화를 이룬 2002년도 잊지 못합니다. 고3이었던 제게 월드컵은 해방구였습니다. 첫 경기를 학교에서 봤는데, 학생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교실은 너무나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결국 학생들을 밖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국민들의 에너지가 길거리에 모여 폭발하며 기적으로 이어졌습니다.

2006년은 전역을 두 달 앞둔 때였습니다. 간부를 꾀어 새벽에 행정반에서 뽀글이를 먹으면서 보았죠. 첫 두 경기에서 1승1무를 거두며 2002년의 기세를 이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스위스와의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아쉬움을 남습니다. 2010년은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 16강에 진출한 대회입니다. 우리나라도 축구 강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2014년은 앞선 대회들과 달리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논란이 일었고, 결과마저도 최악이었습니다. 실망한 팬들이 공항에서 선수들에게 던진 엿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장면만 떠오릅니다.

이번 월드컵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선수들의 선전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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