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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6·13]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보수 '자성', 진보 '우려' 목소리

김도형 기자입력 : 2018-06-14 17:36수정 : 2018-06-14 17:36
6·13 민의는 ‘보수 심판’…홍준표·유승민 대표직 사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표적인 진보학자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진보의 날개만으로는 안정이 없고, 보수의 날개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균형 잡힌 인식으로만 안정과 발전이 가능하다.”

6·13 지방선거의 민심은 ‘보수 심판’이었다. 보수 적자를 자처하던 자유한국당은 텃밭 부·울·경(부산·울산·경남)조차 지키지 못하고 대구·경북만 수성하는 데 그쳤다. '지방선거의 꽃'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맥없이 패배했고, 서울시 25개 구(區) 가운데 서초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줬다.

중도보수의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공언한 바른미래당은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도 단 1석도 얻어내지 못했다. 보수야권의 참패는 2006년 제4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전북 1석을 겨우 건졌던 열린우리당의 패배까지 연상케 한다.

유례없는 보수 대몰락에 14일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새어 나온다. 이대로는 2020년 총선 및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희망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대표직을 사퇴하며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며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제게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또한 사퇴 기자회견에서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무너진 그 상태 그대로”라며 “(이번 선거는) 결국은 보수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폐허 위에서 적당히 가건물을 지어서 보수의 중심이라고 얘기해선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며 “폐허 위에서 제대로 집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공동대표의 말처럼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보수는 붕괴했다. 홍 대표가 지난 대선에 나서며 일부 극우층을 결집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확장성이 없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보수의 이념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완벽한 패배였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과 실수, 그렇게 지탄받았던 말과 행동들이 다 떠올랐다”고 적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우리 자신이었다.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을 알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김 의원은 “우리의 정체성과 신념 체계는 시대적 흐름과 국민적 바람에 부합하는가”라며 “우리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정체성과 신념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한국당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패배 후에야 이를 깨달았지만, 보수계의 원로들은 이미 이런 문제제기를 했었다.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지난 5일 ‘보수 폐족 부활하기’란 칼럼에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굴욕적으로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어서 다시 사는 길’로 가자는 견해가 설득력 있다”며 “차라리 전멸해서 새로운 지도체제와 인물들이 2020년 총선을 목표로 보수 야당을 재건하자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 또한 지난 9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이 팍 망해서 보수 정치권이 새로운 진로를 찾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나중에 경쟁하지 않겠는가 싶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4년간 정무수석을 맡았던 그는 “한국당이 진짜 보수를 대변하느냐 이게 본질적인 문제”라며 “민주당을 찍기 싫어하는 사람이 찍어주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도 모르는 것 같다. 보수라고 하지만 나는 권력 패거리라고 본다”고 일갈했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부실한 '오른쪽 날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시민 작가는 “‘새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최근 한국당 후보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일시적인 현상일지 구조가 바뀌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한국당은 지금부터 고민을 깊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른쪽 날개가 건강해야 한다. 병들어 있으면 그것으로도 날지 못한다”는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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