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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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6-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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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은, 연말까지 금리 동결시 한·미 금리차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2008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가 2%대로 진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도 0.5%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만일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경우, 양국의 금리 격차는 최대 1% 수준까지 벌어지게 된다. 금융권을 비롯한 수출입기업들은 다양한 변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과거 금리 격차 확대 시절, 어떤 영향 있나

1990년 이후 한·미 간 금리역전 현상은 두 차례 발생했다. 1999년 6월 말부터 2001년 3월 말까지, 2005년 8월 초에서 2007년 9월 중순까지다. 최대 금리 격차는 1.5% 포인트였다.

금리 격차가 1.0% 포인트로 벌어졌던 2006년 5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7조790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는 등 자금 이탈이 급격하게 이뤄졌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차이가 1.0% 포인트로 확대된 3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은 월평균 2조7000억원 규모였고, 주가도 8.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더욱 확대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주가하락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금리 역전 확대가 글로벌 통상마찰 등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고,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로 전이될 확률도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신흥국의 자본유출로 발생하게 될 부정적인 영향이 다소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 "아직 위험한 수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역전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단기적으로 한국의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출 현상이 일어났다"면서 "하지만 이는 한국 주식시장이 그동안 호조를 보인 반면 미국의 주식시장은 보합세를 보이면서 양국 간 금리 격차 확대보다는 자국 내 경제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금융 상황은 환율이 안정적인 데다 주식시장도 저평가돼 있어 자금이탈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순히 금리 격차만으로 채권·주식시장에서 추세적인 자금이탈이 일어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화의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돼 환차손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고 주식 시장은 글로벌 증시 대비 크게 할인 돼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글로벌 경제성장세 지속, 북한 리스크 완화와 대중 교역여건 개선 등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며 "이를 감안할 경우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입 기업들은 예의주시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해 수출입기업들도 일제히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경우 달러화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수출기업들은 호재가 되겠지만 내수 업종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달러가 강세로 전환될 경우 철광석과 석탄 등 원료 수입 비용이 증가한다"면서 "이는 곧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금리가 상승할 경우 회사채 발행 비용 증가 등 금리위험에도 노출될 수 있다. 이는 곧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위험관리에 나서게 돼 투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빨라질 경우 신흥국의 자금이탈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 경제 불안이 우리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자국 경제의 호황이 배경"이라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생산성을 낮추는 일부 정책들까지 겹쳐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부적으로 대응에 나서겠지만 정부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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