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생산·신약연구 ‘시간’ 필요한 제약사…깊어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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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06-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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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달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 앞두고 부담 커져…영업활동 차질에 꼼수도 등장

[사진=아이클릭아트]


제약업계가 내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위권 제약사 간에 근무시간 조정을 앞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신약개발 연구, 의약품 생산, 병원 영업 등이 주축을 이루는 업계 특성 상 그간 초과 근무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는 불법으로 간주되며, 적발 시 대표이사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현재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 상위권 제약사 대부분은 300명 이상 규모를 갖추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 의무 대상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는 다양하다. 의약품 공장 운영이 그 중 하나다. 제한된 근무시간으로는 기존 의약품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당장은 우겨넣기 식으로 맞춰나간다 하더라도 제품 수요가 시기적으로 급증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게 되는 등 생산 작업량이 늘어나게 되면 차질은 불가피하다.

기존 생산직 초과근무를 대신해 추가 인원을 고용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의약품은 특성상 생산직도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갖춘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을 확보해나간다 하더라도 공장 운영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개발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하는 신약 연구도 곤란해지긴 마찬가지다. 근무시간이 제한되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 추가 인력 채용에는 한계가 있다.

병원 영업은 제약업계 난제다. 여전히 신약보다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위주인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영업력’도 매출 경쟁에 주요 변수다. 때문에 일부 제약사에서는 내부 영업사원들에게 지정된 근무시간 이후에는 이른바 ‘콜’을 입력하지 않도록 하면서 업무는 계속하도록 조장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

콜이란 영업사원이 병원 등 담당 거래처를 방문하면서 스마트폰·태블릿 등 전자기기를 통해 방문실적을 기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자기기에는 위치기반시스템이 있어 반드시 방문해야만 실적을 남길 수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그간 콜 시스템을 통해 영업사원 활동을 유도했다. 그러나 영업사원이 오후 6시 이후에 콜을 입력하게 되면 내달부터는 초과근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일부 제약사들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콜을 입력하지 말고, 인증사진 등으로 위치보고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출입 과정에서도 시간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거나 별도 업무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공식 업무시간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52시간 근무시간 제한은 앞으로 변화해나가야 할 방향이겠지만, 제약산업 특성도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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