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 이끄는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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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6-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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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서 12일 개최...김정은, 트럼프 모두 도착

  • '역사적 장소' 될 싱가포르, 리콴유 아들 '리셴룽'이 진두지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사진=AFP/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한반도 평화 여정의 문을 열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북·미 두 정상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두 정상을 맞이한 것은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였다. 10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11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다.  

중국중앙(CC)TV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5일 싱가포르 미디어센터 시찰에서 "양국이 외교적·정치적 요소, 비행거리, 양국과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해 싱가포르를 택했고 우리도 이에 응했다"고 소개했다. 또, 싱가포르가 정상회담 개최지로 선정돼 세계와 역내 안보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환영하며 1억 위안(약 168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까지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기의 만남이 이뤄지게 된 싱가포르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면서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리 총리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장남으로 1952년 2월 10일 태어났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인이면서 원적(祖籍)은 중국 광둥(廣東)성 다푸(大埔)현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서 건너와 미국에서 공부한 싱가포르 정치인인 셈이다. 

1971년 군에 입대해 1984년 전역했으며, 국방장관 정무비서를 지낸 뒤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1988년, 1991년, 1997년, 2002년에도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는 등 5선의원으로 입지를 다졌고 각 분야 장관을 역임한 후 1992년 부총리에 올랐다.

그 뒤 중앙은행 이사회 의장, 재무부 장관 등을 겸임하고 2004년 8월 총리가 됐다. 이후 지금까지 3연임 총리로 활약 중이다. 마비 등 중병도 겪었지만 단단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 총리와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주톈서우(朱添壽) 난양(南洋)예술대학 학장은 그를 뛰어나고 똑똑했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주 학장은 "리 총리가 중국어, 영어, 말레이시아어 실력이 매우 뛰어났고 수학, 물리학 성적이 특히 아주 우수했다"고 말했다. 공부뿐 아니라 예술감각도 뛰어났다. 함께 클라리넷을 배웠지만 리 총리는 2년도 안돼 본인은 물론 다른 친구들을 모두 뛰어넘는 연주 실력을 자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5년 3월 23일 싱가포르의 '국부'이자 리 총리의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가 별세했을 때도 그는 말레이시아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TV방송 연설을 했다. 각계각층 인사와 대중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흐느껴 울기도 했다.

당시 그는 "리콴유가 가장 중시했던 것은 바로 싱가포르, 국가의 존망이었다"면서 "이 비통한 순간에 모든 싱가포르 국민이 그가 이룬 것들을 마음 깊이 새겨주길 바란다. 가장 좋은 애도는 애국심을 갖고 단결해 싱가포르의 번영과 안정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라며 싱가포르 전체를 다독였다.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리콴유의 업적으로 의미가 더 깊어진다. 리콴유는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로 성장시키고, 싱가포르 정부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정부로 키워낸 인물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시아와 서구문화의 차이, 민주주의 등을 주제로 논쟁을 벌였던 이가 리콴유다. 리콴유는 중국 '개혁·개방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조언자로도 알려져 있다. 1978년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덩은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 1000개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지난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자부심도 보였다. 

리 총리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임박했다는 사실로 양국이 싱가포르를 깊이 신뢰하고, 싱가포르가 미국은 물론 북한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이번 회담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겠지만 양국이 첫걸음을 내디뎠음은 분명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최근 미·중 갈등에 대한 목소리도 냈다. 리 총리는 "중국인은 다른 이의 관점으로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지 않는데, 미국인은 다른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갈등의 배경을 지적했다. 자신의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미국인은 그들과 다르다고 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리 총리는 취임 후 수차례 중국을 방문해 거리를 좁혀왔다. 2008년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를 만나 중국-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아시아 국가와 체결한 첫 양자 간 FTA다. 

지난해 그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나 극진한 대접도 받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막강한 권력기반을 구축하고 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이 3연임 총리인 리셴룽을 만난 것은 의미가 깊다는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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