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체크-지상좌담] LTE 통신비 원가 공개…정치논리 vs 경제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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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정두리 기자
입력 2018-06-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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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동통신은 3개사의 제한된 경쟁시장..."국민 알권리 우선"

  • - 원가는 시장가격 정하는 기준 아냐..."통신비 인하는 정치논리"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LTE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할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이동통신 판매점. [사진=한준호 기자 ]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LTE(4세대 이동통신)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내용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이동통신 3사가 정부에 제출한 영업보고서다.  핵심은 '원가보상률'이 포함된 영업통계 보고서다.

시민단체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압박수단의 일환으로 LTE 통신 요금 원가 공개를 주장해왔다. 실제 LTE 요금 원가가 공개될 경우 통신사들에 대한 요금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들은 통신요금 원가 공개가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업비밀 노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아주경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지면으로 초청해 'LTE 통신요금 원가 공개의 타당성 여부와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들어봤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학과 교수,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등이 이번 지상좌담에 참여했다.
 

(왼쪽부터)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학과 교수.


- LTE 통신비에 대한 원가공개는 현 시장원리와 헌법상 적합하다고 보는가.

정지연 사무총장= "앞서 4월 대법원에서 2G와 3G의 요금 원가자료 공개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통신이 공공재이며 필수재적인 성격이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LTE 원가자료 공개 결정은 대법원의 판결과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통3사만 영업을 할 수 있는 제한적 경쟁시장이기 때문에 통신요금의 원가공개는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인다."

김연학 교수= "통신비에 대한 원가공개가 헌법의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경제 하에서 원가를 공개할 경우 사업자간 경쟁 원리는 사라지고 원가의 적정이윤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이 감소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안진걸 소장= "국내 통신 서비스가 정부의 허가를 받은 3개 이동통신 사업자만 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특히 국민들의 공동 재산인 전파와 주파수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산업과는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인 대법원에서도 국민들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자본주의 제도에서 원가 공개를 통해 통신요금의 적정성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이병태 교수= "원가가 시장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통신원가의 경우 사용자 수와 사용량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특히 통신 사업자가 주파수를 분할 받아서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원가정보를 들여다보겠다는 논리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진걸 소장= "작은 물건을 살 때도 비싸면 항의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국내 6000만 명 수준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있기 때문에 통신요금의 박리다매가 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통신 3사의 요금은 대부분 비슷하다. 통신요금 체계의 일부를 공개해서 폭리와 담합, 무리한 요금인상 등의 오해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 원가보상률에 기반을 둔 원가 공개가 직접적으로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이병태 교수= "통신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 공개가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지 의문이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설투자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동통신사들의 여력이 없을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통신비 인하는 정치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정지연 사무총장= "통신요금의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통신비 원가 자료의 공개는 사업자들의 마케팅 비용이나 가입자 유치 등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부분들을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 원가 공개가 5G 등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

정지연 사무총장= "정부의 5G 주파수 할당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업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통신비 원가가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이 같은 오해 소지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자들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연학 교수= "원가를 공개하게 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지는 의문이다. 원가보상률은 사업자마다 다른데, KT의 경우 유선 쪽에서 나는 적자를 모바일에서 메우고 있다. 돈이 되는 모바일에서 요금 인하를 요구한다면, 적자가 나는 유선사업 등 다른 보편 서비스는 접어도 되는 것인가."

이병태 교수= "과거 이스라엘의 경우 물가가 비싸다고 국민들이 반발을 해서 정부 개입으로 통신비를 낮췄다. 이후 유럽에서 3G에서 4G로 가는데 이스라엘이 가장 늦었던 사례가 있다."

- 통신사 요금체계 인가 제도에 대한 의견은.

김연학 교수= "요금 인가제는 없애는 것이 맞다. 시장경쟁을 활성화해서 요금을 인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바꾸겠다고 하면 정부가 인가를 해주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요금을 올릴 수 없는 구조이다. 시민단체 주장은 인가제 명분하에 정부가 요금압박을 하라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안진걸 소장= "인가 제도가 필요하다. 곧 5G 요금이 나올 텐데 과도한 요금체계를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공공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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