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가 간다-경기] “막말하는 사람을 어떻게 뽑느냐” VS “남경필이 한 게 뭐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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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경기)=장은영·윤지은·박경은 기자
입력 2018-06-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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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재래시장 민심 르포

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모습.[사진=장은영 기자]


[삼총사가 간다]는 국회팀 '민완기자' 3명이 6·13 지방선거 현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입니다. 뜨겁거나 혹은 싸늘하거나, 생생한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나친 네거티브(Negative·헐뜯기)가 도민들을 지치게 한 것일까. 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서 만난 도민들은 엿새 앞으로 다가온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대체로 무관심했다. 그 기저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남경필 자유한국당 경기지사 후보 모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깔려있었다.

경기지사 선거는 6·13 지방선거 17곳 광역단체장 중 네거티브 공방이 가장 거센 곳으로 꼽힌다. 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이 후보의 욕설을 녹취한 음성 파일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후보 측은 즉각 반발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TV토론에서도 주로 이 후보의 욕설, 스캔들 의혹 등이 불거졌다.

이 때문일까. 도민들은 선거 자체에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수원은 12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경기도 최대 도시다. 1200만 경기도민 중 10%를 차지한다. 경기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곳 표심을 잡아야 한다. 

도민 표심을 알아보기 위해 팔달구를 찾았다. 팔달구는 수원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구도심을 포함하고 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른 구에 비해 인구가 적고, 재래시장이 발달했다. 그런 탓에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으로 분류됐다. 특히 남 후보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이곳에서 내리 4선을 하기도 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이날 만난 도민들은 정치 자체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동시장에서 한우직판장을 운영하는 표영섭씨(67)는 “후보끼리 네거티브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후보들의 가정사 문제가 불거지는데 가정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남 후보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 있는 사람이 돈 버는 게 왜 문제인가. 부정 축재만 안 했으면 된 거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 씨는 “남 후보는 항상 지동시장을 많이 도와줘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고, 이 후보는 개성이 있어서 괜찮다”며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지)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앞서 이 후보 측은 지난 5일 “남 후보 형제가 제주도 과수원 땅을 팔아 최대 100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며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남 후보 측은 “1987년 토지 매입 당시 선친인 고 남평우 의원이 증여세를 모두 납부했고 해당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시장에서 만난 박진수씨(52)는 “이제는 포기 상태다. 예전에는 사전 선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며 “남 후보는 자숙하면서 집안 단속이나 하지 (왜 나왔느냐). 이 후보도 가정사가 문제다. (두 후보 중) 선택하는 데 있어서 혼란이 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동시장에서 이불가게를 하는 60대 남성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며 “그놈이 그놈이다. 도둑놈들만 뽑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에 대해 “자기 형수한테 욕을 하는 사람(이 후보)을 뽑는 사람이 어디 있냐. 부모·형제도 없나”라며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남 후보에 대해서도 “세상이 변했는데 지금도 예전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랑 무엇을 이야기하겠느냐”라며 “당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을 추천해줘야 하는데 썩은 물을 공천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치권을 향해 “국민 여론도 안 들어보고 자기들 마음대로 공천해놓고 투표하라고 하면 국민만 바보 되는 것”이라며 “당에서 올바른 사람들을 공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건비가 올라서 재래시장은 다 앉아서 놀고 있다. 공무원 월급보다 더 줘야 하는데 감당할 수가 없다”며 “하루에 8시간만 일하라고 하는데, 일하다보면 어떻게 8시간을 딱 맞추느냐”고 했다.

같은 시장에서 옷 가게를 하고 있는 70대 여성은 “정치인들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며 “나이 70이 넘을 때까지 바로 앞 학교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를 했는데 이번에는 ‘그까짓 거 해봤자’라는 생각에 (투표를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는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을 지지했는데 이제는 다 싫다”며 “경제가 다 죽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남 후보보다는 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이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도민들 대부분은 그의 논란에 대해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지동시장에서 만난 이모씨(45·여)는 “남 후보는 가정사가 그 모양인데 경기지사로서 살림을 잘 꾸려갈 수 있을까 싶다”며 “땅 문제가 불법이 아니라고 하지만 편법이라면 편법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는 탈법적인 부분은 눈에 띄지 않으니깐 그마나 괜찮다”며 “또 성남시장을 하면서 잘했다. 과감하게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이 후보처럼 추진력 있는 사람이 당선되면 경기도가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씨는 정부 정책을 조심스레 견제했다. 그는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데 복지 타령만 하면 누가 책임을 지나”라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돈이 나오는 거다. 복지보다는 경제 발전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남북 관계와 관련해 “곳곳에 암초가 많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년을 본다는데 우리도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관계 개선이 급격하게 이뤄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남북간 경제 격차가 심하니깐 북한의 경제 수준이 어느 수준 정도로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잘하고 있지만, 너무 그쪽으로만 치우칠까 봐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도 “남 후보의 도정은 딱히 와닿는 게 없었다”며 “이 후보는 잘 모르지만 한국당이 워낙 아닌 것 같아서 민주당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거리에서 만난 대학생 박영선씨(29·여)는 “이 후보가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가정적인 이미지가 좋다”며 “(이 후보 논란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쓴다. 이 후보를 뽑을 예정이고, (경기지사에) 당선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영동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씨(79)는 “남 후보는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4번이나 했는데도 하나도 해 놓은 게 없고,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한 편이라서 싫다”며 “남 후보는 안 된다. 이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임을 밝힌 그는 이 후보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그나마 이 후보한테 마음이 간다. 성남시만 봐도 알 수 있다. 성남이 원래 부채가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며 “남 후보가 경기지사를 하면서 뭐가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남 후보를 지지하는 도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남문시장에서 가방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이 동네(팔달구)는 나이를 떠나서 다 남경필”이라며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했었고, 의원 시절 해 놓은 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는 말하는 게 너무 심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영동시장에서 한복 가게를 하는 유모씨(78)는 “이 후보는 막말 때문에 안 된다”며 “남 후보는 국회의원 시절에 시장에 자주 왔다. 그가 (경기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정치를 몰라도 2번을 밀 것”이라고 했다.

팔달문 시장 입구에서 만난 한 여성(22)은 “대부분 남 후보가 이 후보보다 낫다고 말한다”라며 “이 후보는 안 좋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70대 여성 이모씨는 “남 후보 도정에 만족한 건 아니지만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다 남 후보에게 관심이 있다”며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 적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한국당이라는 게 크게 작용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북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많이 죽였는데도 이북과 손잡고 통일하겠다는 사람들은 싫다. 통일까지 하지 않고,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정도에 만족하면 좋겠다”며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지적했다.

또 “복지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다 우리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젊은이들 살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50대 여성은 “요새 (나라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큰데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며 “남 후보가 그동안 경기도정을 큰 문제없이 잘 꾸려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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