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탐정2' 성동일 "캐릭터를 호감으로 만드는 비법? 솔직과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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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6-0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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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노태수 역을 열연한 배우 성동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배우 성동일(51)은 언제나 대중과 가까이 있었다. 다수의 작품에서 친근한 아버지, 든든한 멘토, 인간적인 직장동료 등 우리와 가까운 이웃으로서 존재했던 그는 언제나 한 시대이자 세대의 상징이었다.

오는 13일에 개봉하는 영화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도 마찬가지다. 최강 추리 콤비 ‘강대만’(권상우 분)과 ‘노태수’(성동일 분)의 찰떡 호흡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탐정: 더 비기닝’의 두 번째 시리즈인 ‘리턴즈’ 또한 성동일의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시리즈는 셜록덕후 만화방 주인 ‘강대만’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가 탐정사무소를 개업, 전직 사이버수사대 에이스 ‘여치’(이광수 분)를 영입해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극 중 성동일은 광역수사대 ‘식인상어’라 불리던 전설의 형사 노태수 역을 맡았다. 불같은 성정으로 좌천과 특진 사이를 오가던 노태수는 강대만을 만나 2계급 특진도 마다하고 탐정사무소를 차리게 된다. 뛰어난 형사지만 집안에서는 아내와 딸들에게 눈총받는 힘없는 아버지다. 자칫 ‘미움’ 받을 수 있는 인물을 보다 더 매력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은 성동일의 무기이자 장기. 이번 시리즈에서는 노태수의 인간적인 매력이 보다 더 세심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리즈’로서 노태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었어요. 보통 시리즈 작품은 처음 캐릭터가 끝까지 가는 게 맞죠. 나이 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거지 흥행에 따라 캐릭터가 바뀌면 그건 더 이상 시리즈가 아니겠죠. 드라마 ‘응답하라’ 같은 경우도 그래요. 제가 저의 모습을 (변함없이) 보여주니까 시리즈가 되는 거예요.”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노태수 역을 열연한 배우 성동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으로 이끈 성동일은 영화 ‘탐정’의 주축으로 또 한 번 ‘시리즈물’의 시작을 알렸다.

“사실 1편은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런데 이번 ‘탐정: 리턴즈’를 보니 ‘잘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1편 당시에는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상영관도 너무 적게 배정받고…. 여러모로 ‘너무 천대받는 거 아닌가?’ 싶었죠. 너무 아쉬워서 ‘다시 뭉칠 기회를 준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었어요. (권)상우나 제작사, 배급사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제대로 욕심을 냈죠.”

성동일의 ‘욕심’은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뺄셈’으로 이어졌다. 작품 전체를 위해 자신의 캐릭터를 낮추고 비우려 노력한 것이다.

“1편 때는 캐릭터에 욕심이 나서 애드리브, 오버 연기를 많이 했어요. 지나고 보니 캐릭터에는 재밌을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전체적인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연기적으로) 많이 덜어냈어요. 중심을 잡고 있는 거죠. 코미디 연기는 (권)상우나 (이)광수가 충분히 해줄 수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제작사 대표님이 ‘너무 재미없게 하는 거 아니냐. 대충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저까지 나서면 단순한 ‘코미디’ 장르가 되는 거예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오히려 냉철함으로 이어졌죠. 저는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노태수 역을 열연한 배우 성동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성동일은 지난 1편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권상우, 제작진을 비롯해 다수의 작품에서 함께 연기해온 이광수까지 “전체적으로 쿵짝이 잘 맞았다”며, 연기하기에 수월했다고 밝혔다.

“다른 촬영과는 달리 ‘탐정’ 시리즈는 조명과 카메라를 배우들이 맞춰요. 이런 경우는 드물죠. 그런데 이렇게 해야 (촬영이) 빨리 끝나고 다음 세팅도 빨리 되기 때문에 시간이 절약돼요. 대신에 리허설을 많이 하죠. 오래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선도 정리가 되고 (찍는)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아요.”

특히 ‘쿵짝’이 잘 맞는 순간은 코미디 연기를 할 때라고. 성동일은 “코미디 연기는 타이밍이다. 0.1초 빨리 치거나 늦게 쳐도 재미가 없어진다”며 상대 배우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타이밍’을 짠다고 설명했다.

“애드리브도 울타리를 넘으면 막장이 돼요. 이야기 안에서 허용되는 것들로 애드리브를 만들어야죠. 상대 배우들의 성격이나 호흡을 아니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 예컨대 탐정사무소에 찾아온 여치를 속여 소파에서 굴러떨어지도록 만드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 장면은 상우와 카메라 감독만 (애드리브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제가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있으니까 광수는 (성동일이) 앉아있는 부분이 넓다고 생각해 털썩 앉더라고요. 억지로 넘어졌으면 안 웃겼을 텐데 그게 굉장히 자연스러웠어요. 거기에 웃지 말고 꿋꿋하게 대사를 하니까 광수도 끊지 않고 넘어가더라고요. (애드리브를) 막 던지지 않되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동일은 자칫 ‘꼰대’로 지칭될 수 있는 인물들을 따듯하고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인물들로 순화시켜왔다. 이번 노태수 역할의 경우는 “기초적 장비와 공권력이 없는 오합지졸을 표현,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쫓아가는 모습”을 친근하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캐릭터를 ‘호감’으로 만드는 노하우요? 살아보니까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옛말에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고 하잖아요. 최대한 나를 낮추고, 직접 드러내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에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죠. 상우와 함께 ‘우리 솔직히 오픈하고 가자’고 했어요. 저는 연기력이 부족해서 절대 이미지 변신을 못 하거든요. 타고나지 못해서 늘 흉내만 내고 있어요. 다른 좋은 배우들은 그 배역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는데, 저는 그냥 저를 보여주고 있는 거니까요.”

영화 '탐정: 리턴즈'에서 노태수 역을 열연한 배우 성동일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솔직하고 친근하며 겸손한 태도. 이는 대중이 작품과 캐릭터를 넘어 배우 성동일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성동일은 친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개인 SNS나 인터뷰 등 대중과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커가니까요. 점점 더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뭘 해도 욕을 먹기 마련이니까.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그런 거예요. 누굴 칭찬해도 ‘너나 잘살라’고 하잖아. 하하하. 자식들이 인터넷을 알면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게 되잖아요. 아이들에게는 멋있고,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말도 안 되는 일들로 ‘너희 아버지 기사를 보니까 욕 많이 먹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애초에 이런 것들을 차단하기 위해서 이메일도 안 만들고 집 밖으로도 잘 안 나가는 데다가 술도 집에서만 먹거든요. 그런 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아요.”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가족에 대한 애정과 애틋함이 묻어났다. “가족은 삶의 원동력”이라는 성동일은 극 중 노태수 역시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털어놨다.

“어느 날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오빠도 언젠가 오빠가 이룬 것들이 자랑스러울 것이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족이 생기고 많은 게 달라졌어요. 첫째가 태어나서 정신을 차렸고, 둘째가 생기며 돈을 열심히 벌게 됐어요. 막둥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 더 돈독해졌죠. 가족은 제게 정말 중요한 존재예요. 그런 부분에서 극 중 노태수에게 많은 공감이 갔어요. 내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거 같아서 좋더라고요.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그와 똑같으니까. 노태수가 저에게 온 거죠. 다른 역할들은 역할을 흉내 내더라도 ‘아빠’의 모습은 완전히 제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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