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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독립운동 공연'을 만든, 독립투사 손녀 김선현 오토회장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입력 : 2018-06-07 11:10수정 : 2018-06-07 11:10
예술의전당 '백년의 약속'엔, 한 CEO의 100년 꿈이 숨어있었다
호국보훈의 달이 시작되는 유월 첫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어쩌면 그 장소에서는 낯설 수도 있는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백년의 약속'이란 이름의 콘서트와 오페라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스토리를 담은 것이었다. 
 

[김선현 오토회장]

1922년 8월에 촬영한, 독립운동가 정정화 여사(당시22세)와 아들 김자동(현재 임시정부 기념사업회장).



이날 공연장 문앞에는 단아한 복장으로 바삐 움직이며 친절히 손님을 맞이하는 여성이 있었다. 음전한 기풍 속에 형형한 눈빛이 느껴지는 그를 유심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혹여 깜짝 놀란 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임시정부의 맏며느리로 불린 독립운동가 정정화 여사를 빼닮은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 뜨거운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일까. 정 여사의 손녀인 김선현 오토회장의 표정을 스친 깊은 감회는 그 무대의 숨은 의미를 다 담고 있는 듯했다.
 

[김선현 오토회장]





"아유, 저는 그저 보조역할밖에 아닌데요." 공연과 관련해 묻자 김 회장은 겸손해 했지만, 이 무대는 그에게 소중한 꿈 중의 하나였다.

"작년부터 임시정부 수립 99주년과 100주년에 대한 기념사업을 구상해왔어요. 음악제와 영화제, 문학제를 시리즈로 기획하고 있어요. 그 첫 행사가 '백년의 약속'입니다."

이 공연엔 무려 320명이 출연했다. 음악회를 주최한 임정기념사업회가 어떻게 이 정도의 대형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김 회장은 준비 과정의 기억이 교차하는 듯 착잡한 표정이다.

"두달 남짓 준비한 공연이에요. 연습 기간은 한달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출연진이 모두 모여서 하는 총연습은 공연 당일날이었어요. 과연 이 공연이 제대로 올려질 수 있을지 조마조마한 나날이었죠. 공연을 보면서 저도 놀랐어요. 그분들이 어찌나 열정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며 연기하는지···. 출연자들은 거의 재능기부로, 좋은 가치에 헌신하기 위해 달려와 함께한 공연이거든요."

그가 '좋은 가치'에 힘을 주는 까닭은, 우리가 쉽사리 '지난 역사' 속으로 밀어내버린 감이 있는 독립운동을 지금 이 땅의 사람들에게 생생하게 '현재화'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친 것이리라.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구했다.

"오페라 보셨죠? 한유한과 정율성의 전설적인 작품이 하나로 만들어진 의미 있는 결과물입니다. 한 선생은 한국광복군으로 항일전선에서 음악으로 독립운동을 하신 분이죠. 한국 최초의 오페라라 할 수 있는 '아리랑'을 작곡하셨죠. 또 정 선생은 중국 연안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으로,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인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하셨고요. 두 분의 작품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항일운동의 좌우진영을 한 오페라에 '통일'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임시정부의 핵심 기치인 통합정신을 돋우고, '하나의 나라'라는 뜻을 새기고 싶었습니다."

이날 예술의전당에는 군인들이 북적거렸다. 알고 보니 육군사관학교 생도 110여명으로 합창단과 군악대 대원들이었다. 그들은 공연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 섰다. 오페라 하우스에 육사 생도가 이렇게 단체로 선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군사적 상황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군인들이 광복군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 장면을 어떻게 봐야할까. 
 

콘서트 오페라 '백년의약속'의 한 장면.



"육사 군악대가 광복군 역할을 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군의 맥이 광복군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상징입니다. 압록강 행진곡과 같은 당시 군가를 생도들이 부르는 장면은 많은 의미를 함축합니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조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느껴보는 소중한 기회였을 것입니다. 그것을 지켜본, 국민들도 마찬가지고요. 두달여 동안, 없는 시간들을 쪼개서 연습한 땀의 자취가 느껴질 만큼 빈틈 없는 무대를 보고, 저도 감동했습니다."

독립투사의 자손으로 객석에 앉아 공연을 직접 본 소감이 궁금했다.

"공연 내내 뜨거운 호응과 곡마다 터져나온 폭발적인 환호를 보며, 이 자리가 다른 공연과는 달리 마음을 깊이 흔드는 무엇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가 이제 나라의 근본을 세우는 노력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공감대가 아닐지요. 정부는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에도 팔을 걷고 나서고 있죠. 우리 헌법 전문에 실려 있는 임시정부인데 100년을 눈앞에 둔 지금껏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게 우리 역사 인식의 현주소였습니다. 이 공연의 감동을 만들어낸 건, 객석에서 호응해준 관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 회장의 증조부는 중국에 묻혀 있고, 조부의 유해는 북녘에 있고, 조모는 대전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 조상의 유해조차도 식민지와 분단의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독립투사의 손녀로 그가 할 말은 적지 않을 것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 중에서 독립을 표방하며 임시정부를 만든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독립운동을 한 수많은 사람들은, 나라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헌신한 것이 아닙니다. 나라가 있어야 자신이 있다는 마음 하나로 수많은 민초들이 항의하고 투쟁하며 절망을 밀어낸 위대한 역사가 바로 독립운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수많은 국민 중에서 국가가 기려 서훈을 준 대상은 1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공연이 타이틀로 한 '백년의 약속'은, 우리가 이제 그들 모두에게 지켜야 할 고귀한 약속이 아닐지요."

김선현 회장이 펼치려는 일련의 행사들은, 우리 마음 속에서 벌일 '문화적 독립운동'일지 모른다. 아주경제는 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손잡고, 여성독립투사 발굴 연중 기획을 비롯해 역사 가치를 바로잡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김선현 오토회장 = 1959년생. 성신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호주은행 웨스트팩은행에서 1994년까지 노조위원장을 역임.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도위기에 처한 현대차 계열사에 부친 김자동 선생이 소액주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 직원들이 회사경영을 부탁했다고 한다. 2001년 오토인더스트리를 경영하기 시작해, 자동차 변속기 부품업체로 4000억원대 연매출(수출비중 70%)을 내는 회사로 키웠다. 작년 여성경제인의 날 때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오토는 One To One의 약자로, 직원 한 사람이 고객 한 사람을 대하듯 정성껏 회사를 운영해나가자는 의미라고 한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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