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해외 갈 때마다 '삼성 AI 경쟁력'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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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8-06-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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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소 후 4개월간 출장만 세 번째... 미래 먹거리 챙기기

  • 유럽·캐나다·중국·일본 잇달아 방문... 해외 네트워크 회복 주력

  • 글로벌 AI 5대거점 구축 전략 윤곽, 파운드리 연구소 신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속은 항상 삼성전자였고 업무도 95%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업무를 했다. 지분만 따지면 나는 삼성전자보다 삼성물산이 더 많지만 열정을 갖고 일해 온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내 지배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이후 지난해 8월 법정에서 처음으로 직접 자신의 견해를 밝힌 말이다. 당시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풀려날 경우 그룹의 총수 역할보다는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의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출장 간격 점점 빨라져... 신성장동력 확보 조급함 드러나
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해외 경영활동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딱 4개월째인 5일에도 이 부회장은 해외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 미팅과 함께 현지 시장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1년여 경영공백 동안 글로벌 네트워크가 상당 부분 약화됐다”며 “삼성의 경우 회사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현지 네트워크를 하루 빨리 회복하는 게 과제라고 이 부회장이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삼성을 향한 국내 시선이 좋지 않아, 해외에서라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최근 동선에선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데 대한 조급함도 드러난다. 점점 빨라지고 있는 해외출장 일정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5일 출소 후 45일째인 3월 22일 첫 해외출장으로 유럽과 캐나다를 다녀왔다(4월 7일 귀국).

그리고 불과 25일 만인 지난 5월 2일 다시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深圳)으로 가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 통신장비 세계 1위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등 현지의 글로벌 기업인들과 만났다(5월 9일 귀국).

아직까지 정확한 일정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세 번째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중국과 일본을 다녀온 지 겨우 22일 만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잇달아 방문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장들”이라며 “일례로 중국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의 중심지이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있지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보폭 따라 관련 사업 움직임도 비례해 빨라져
단순히 해외출장 일정만 빨라진 게 아니다. 그의 행보에 따라 관련 사업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을 위한 글로벌 5대 거점 구축 전략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첫 해외출장 일정을 유럽과 캐나다의 'AI 탐방'으로 정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서울 AI 총괄센터 신설, 올 1월 미국 실리콘밸리 AI 연구센터 설립 등으로 AI 역량 강화를 위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후 이 부회장의 출장이 도화선이 돼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의 AI 연구센터를 잇따라 개소하며, 5대 거점 구축 전략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려냈다.

AI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이 부회장의 구상에 따라 글로벌 최고 실력자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AI 센터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케임브리지 연구소장을 지낸 앤드루 블레이크 박사가 리더를 맡고, AI 기반 감정인식 연구로 유명한 마야 팬틱 교수도 가세했다. 토론토 AI 센터는 올해 초 영입한 MS 출신의 AI 석학인 래리 헥 전무가 실리콘밸리 AI 센터와 함께 책임지기로 했다. 러시아의 수학, 물리학 등 기초·원천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AI 연구를 주도할 모스크바 AI 센터에는 AI 전문가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드미트리 베트로프 교수와 빅토르 렘피츠키 교수 등을 중심으로 AI 알고리즘 연구에 나선다.

해외 거래선 확보가 핵심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지난해 미국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업계 '종합 선두' 자리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대만 TSMC의 아성을 깨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UMC에 이어 업계 4위에 올라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문 내 연구개발(R&D) 조직에 '파운드리 연구소'를 추가하고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DS 부문의 R&D 조직은 기존 메모리·시스템LSI·반도체·PKG(패키지)·LED(발광다이오드)·생산기술·소프트웨어·디스플레이 등 8개 연구소에서 9개로 늘어났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I와 함께 파운드리,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바이오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최근 해외에서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관련 사업의 경쟁력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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