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버드나무 가지와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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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8-06-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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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 양당, '불모지' 후보 무공천 문제

  • 유권자 선택 제한…일단 뿌리 내려야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땅에 꽂으면 이내 한 그루의 버드나무로 성장한다. 그만큼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버드나무도 일단 가지를 꽂아야 자랄 수 있다. 누군가 가지를 꺾어 꽂지 않았다면 새로운 나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정당도 선거에서 후보를 내야 정치인으로 키울 수 있다.

현재 각 정당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전국적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를 이뤄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싹쓸이’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기고 싶어도 이길 수 없는 지역이 있다. 바로 후보가 없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12곳 재·보선 지역 중 경북 김천에, 한국당은 광주 서구갑과 전남 영암·무안·신안에 각각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TK(대구·경북)는 민주당에, 호남은 한국당에 ‘불모지’로 통한다.

양당은 “마땅한 후보가 없어서”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정당이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해당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비록 경북이 보수의 텃밭일지라도 분명 민주당에 표를 주고 싶어 하는 유권자가 있을 것이다. 호남 지역도 마찬가지다. 보수를 찍고 싶은 유권자가 왜 없으랴. 그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상대 당 아니면 무소속, 또는 기권을 통해 자신의 뜻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라면 지든 이기든 일단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수정당은 상황을 인정한다고 해도, 100석이 넘는 의석 수를 가진 거대 정당이 후보를 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책임을 저버린 행위다. 그러나 정치에 있어서 책임은 정당 스스로 지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서 지는 것이다.
 
일단 가지를 꺾어 보자. 불모지라고 겁내지 말고 가지를 꺾어 꽂으려는 용기가 정치권에 필요하다. 물론 지는 싸움에 선뜻 뛰어들 후보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이기는 싸움만 하려 해서는 영원히 불모지로 남을 뿐이다. 비록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닌 나뭇가지여도 유권자에게는 소중할 수 있다. 당장 지금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뿌리를 내리려는 멋진 후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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