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동섭 “그래, 공격적으로 치자”…갤러리 속삭임 ‘엿듣고’, 카메라맨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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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서민교 기자
입력 2018-06-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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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동섭의 우승 세리머니. 사진=KPGA 제공]


명승부가 펼쳐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초대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른 맹동섭은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7~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추격자들을 뿌리쳤다.

맹동섭이 코스 전략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주변의 도움을 얻은 여유였다.

맹동섭은 17번 홀(파4) 그린에 오르면서 갤러리들의 속삭임을 들었다. ‘아, 이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 조금 더 편안하게 마지막 홀로 갈 수 있겠구나.’ 맹동섭은 더 집중했고, 버디 퍼트를 성공해 무섭게 추격하던 2위 홍순상을 2타 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변수가 생겼다. 티샷을 치고 내려오는 길에 자신의 앞 조에서 누군가 이글을 성공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맹동섭은 세컨드 샷 지점에 있던 방송중계 카메라 감독에게 이글샷의 주인공이 누군지 슬쩍 물었다. 그 주인공은 홍순상이었다. 홍순상은 절묘한 칩인 이글을 성공해 맹동섭과 공동 선두에 올라 먼저 경기를 끝낸 상황이었다.

맹동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안전하게 코스를 공략할 것인가, 더 공격적으로 코스를 노릴 것인가. 맹동섭은 약 202m를 남기고 5번 우드를 꺼내 들었다. 그의 선택은 공격적인 공략이었고, 통했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홀까지 약 5m 가까이 붙였다. 맹동섭은 가볍게 버디를 잡아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맹동섭은 “사실 17번 홀에서 갤러리들의 이야기를 살짝 엿들었는데, 무조건 넣어야지 안전하게 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18번 홀에서도 더 공격적으로 쳐야 할 수도 있어서 카메라 감독님께 물어봤는데 ‘동타’라고 하시더라. 이 사실을 몰랐다면 아마 끊어 갔을 것이다.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은 맹동섭. 사진=KPGA 제공]


맹동섭은 3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홍순상(8언더파 280타)의 매서운 추격을 뿌리치고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코리안투어 데뷔 시즌 조니워커 블루라벨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맹동섭은 지난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우승 이후 14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챙긴 맹동섭은 상금랭킹 4위(2억2035만원)로 올라서며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도 1위(1967점)를 기록했다.

맹동섭은 “새로 생긴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에 올라 너무 기쁘다”며 “첫 우승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너무 길었는데, 작년 우승에 이어 올해 바로 우승하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맹동섭은 “오늘 공격적으로 가야 하나, 안전하게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이 코스는 버디가 나오면 좋겠지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우승 스코어가 10언더를 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마지막 18번 홀은 무조건 버디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고 경기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맹동섭은 올해 5개 대회에 출전해 이 대회 우승을 포함해 3차례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첫 대회였던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도 공동 11위에 올라 꾸준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성적이 일취월장한 비결은 쇼트게임의 성장이었다. 맹동섭은 “올해 전지훈련에서는 체력훈련과 함께 쇼트게임과 퍼팅 연습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며 “시즌 초반 성적이 잘 나오는 이유가 바로 쇼트게임이 좋아진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맹동섭이 정복하지 못한 대회는 지난달 27일에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이 대회에서 맹동섭은 공동 58위로 올 시즌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맹동섭은 “이상하게 잭니클라우스 클럽에서 열리는 경기에서는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욕심이 난다”며 “앞으론 시원시원한 긴 코스에서도 더 공격적인 공략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겠다”고 다짐했다.

맹동섭의 올해 목표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한 성적과 함께 우승이 더 필요하다. 맹동섭은 “올해 톱10에 10번 들어가는 게 목표다. 꾸준히 상위권에 들어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면 대상에서도 1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에서 투어를 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가족과 친구들, 맛있는 음식이 많은 한국에서 한 시즌에 3~4승을 하며 외롭지 않게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맹동섭은 오는 7일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에서 개막하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맹동섭은 “매치에 강한 편인데 작년에는 일찍 집에 갔다”면서 “올해는 멀티우승 뿐 아니라 3승, 4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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