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칼럼] 금리, 장기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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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2018-06-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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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2016년 8월부터 상승하던 금리가 올해 들어 안정되고 있다.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금리 안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수익률(3년, 월평균)이 2008년 7월에 5.96%였다. 그 이후 금리는 계속 떨어졌고, 2016년 8월에는 1.2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올해 2월에 2.28%까지 올랐다. 3~5월에는 그보다 조금 낮은 2.24%에서 안정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중평균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도 2016년 6월 3.23%에서 올해 2월에는 3.69%까지 올랐으나, 4월에는 3.65%로 소폭 하락했다. 최근 금리 상승이 장기 하락추세에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 이유를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시장금리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데, 최근 정부와 민간 사이에 경기 논쟁이 심화하는 만큼 우리 경제는 좋지 않다. 특히 제조업 경기는 매우 나쁘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1.4%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009년 74.4%보다 낮다. 기업들이 상품이 팔리지 않아 생산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고는 쌓이고 있다. 지난 3월 제조업의 출하지수에 대한 재고지수 비율이 114.1%로 1998년 9월(12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998년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시기이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9% 정도이다. 앞으로 노동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자본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생산성도 크게 향상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잠재 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지다가 10년 후에는 1%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가 올해 들어 5월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에 그쳤는데, 앞으로도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2%를 밑돌 것이다.

둘째,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한국 경제에서 총저축률이 국내총투자율을 넘어섰다. 1996년에 투자율(39.9%)이 저축률(36.4%)보다 높아 자금이 부족했으나, 1998~2017년에는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3.2% 포인트(연평균) 많아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자금이 남아돌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에도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보다 2.5%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575조원이었다. 일부 기업 자금당당책임자들의 입에서 자금 조달보다 운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셋째, 은행 등 금융회사가 채권을 사면서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가계와 기업에 대출해 주거나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면서 자금을 운용한다. 가계 부채가 많긴 하지만 가계는 금융회사에 빌린 돈보다 맡긴 돈이 여전히 더 많은 자금 잉여 주체이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나 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자금 부족 주체이다. 그런데 기업의 자금 부족액이 경제규모에 비해서 줄어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 자금 부족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4분기 9.1%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0.8%로 크게 줄었다. 앞으로 2년 이내에 기업이 가계처럼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에 이어 기업마저 저축하면 은행은 유가증권, 특히 채권에 투자하면서 자금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이런 현상이 먼저 나타났다. 1998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했다. 기업이 은행에 저축한 돈이 대출한 돈보다 많아진 후, 은행은 자금으로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일본 은행의 자산 중 채권 비중이 1998년 12.6%였으나, 2011년에는 32.4%까지 상승했다. 은행의 채권매수 확대는 금리가 0%까지 떨어진 데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저성장·저물가 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총저축률이 국내투자율보다 높아 자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 여기다가 은행의 채권 매수 확대는 금리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해외 경제 환경도 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과감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경제가 회복되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경제가 확장국면 후반에 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렸고, 또 6월 이후에도 2~3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10년 국채수익률)는 3% 안팎에서 안정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 국채수익률은 이미 하락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금리 상승은 장기 하락 추세에서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금리 하락이 한국 경제의 저성장 저물가를 반영하는 만큼 모든 경제 활동에서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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