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서 격돌하는 미국과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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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06-0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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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티스 美 국방장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강력 대응하겠다"

  • 허레이 중국 측 대표 "내정 간섭 마라, 군사화는 미국이 조장"

  • 최근 미국 함정, 전투기 남중국해 등 중국 영해 진입해 압박

  • 美 인공섬 파괴 위협에 중국 환구시보 등 불편한 심기 표출

[사진=위키피디아 캡쳐]



무역전쟁을 막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지역에서 서로를 강하게 위협하며 격돌하는 모양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제17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일(현지시간) 공개적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는 이웃국 협박이 목적"이라며 비판하자 중국은 즉각 "내정 간섭하지 마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매티스 장관은 허레이(何雷) 중국 해방군 군사과학원 부원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렇게 중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최근 미국이 중국의 림팩훈련(RIMPAC·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 참가 초청을 취소한 것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한 '초기적 대응'으로 앞으로 보다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은 즉각 강력하게 반발했다.

중국 국무원 직속통신사인 중국신문사의 3일 보도에 따르면 허레이 부원장은 2일 매티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 군대는 국가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결심과 자신감 그리고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서 "남중국해와 인근 섬은 역사적 증거가 있고 국제법의 인정을 받은 중국 고유의 영토로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중국해에서의 활동은 내정문제로 그 어떤 국가도 왈가왈부 할 수 없다며 미국의 개입에 강한 불만을 보였다.

허 부원장은 "남중국해의 군사화는 오히려 이를 외치고 있는 국가가 조장한 것으로 일부 국가가 '항행의 자유'를 핑계로 중국 도서 인근 해역에 함정과 전투기를 이용한 시찰·군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안보뿐 아니라 중국 주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남중국해 군사화의 근본 원인"이라고 미국을 정면 공격했다.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정부 8년간 미 해군이 '항행의 자유행동'을 6차례 감행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지난해 5월부터 올 5월까지 1년간 무려 7차례 관련 작전을 펼쳤다. 

허 부원장은 또, "중국은 대화와 협상으로 관련국과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남중국해 섬에 방어를 위한 군사시설 배치는 국제법에 의거한 합법적인 주권 행위이자 지역안보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남중국해 군사화의 주체는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순항미사일을 배치한 데 대한 대응으로 중국의 림팩훈련 참가 초청을 취소했다. 27일에는 미국 해군 미사일 구축함 2척을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 12해리 내에 배치하고 주변 해역 항해에 나서기도 했다. 

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잇따라 전략폭격기도 발진시켰다. 대만연합보 등의 2일 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H 1대가 지난달 31일 괌 앤더스 공군기지에서 대만 인근 상공까지 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영해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남해 9단선' 을 넘었다. 미국은 지난달 22일과 24일에도 B-52H를 남중국해로 띄운 바 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현역 3성 장군이 중국 인공섬을 파괴할 수 있다며 중국에 초강력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미 합동참모 본부장인 케네스 매켄지 중장은 미국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군은 서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없앤 경험이 많다"며 중국을 위협했다. 매켄지 본부장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과 더불어 미군 수뇌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격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극단적인 발언에 대해 논평을 하고 싶지도 않다"며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의 파괴자가 아닌 '구축자'가 되어야 한다"고 미국의 태도 변화도 촉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1일 '미국 장성은 남중국해를 논할 때 입을 좀 다물어라'라는 파격적인 제하의 사평을 통해 "중국 해방군은 인공섬에 대한 공격을 막아낼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중국 국방부나 장성이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거나 미군을 직접 겨냥해 강경 발언을 한 적은 없다"면서 "의도가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군 장성의 군사력 과시 등이 정치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켄지도 배우지 않았냐"며 경솔한 태도를 비난했다.

신문은 "중국이 자국영토인 난사군도 방어를 위해 군사적 시설을 배치하는 것은 섬에 나무를 심는 것만큼 이치에 맞는 당연한 일"이라며 "남중국해의 '리스크'는 미군이 자꾸 이 지역에서 군사적 행동을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실제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게 외신의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봉황망(鳳凰網)군사는 3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의 군사적 압박 수위가 고조된 것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이 역내 영향력을 계속 키워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이 아닌 남중국해에 달려있다고 판단하는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중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미국은 해상의 패권국가다. 중국이 군사력을 키우고 있지만 미국에 대적하기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며 "실제로 군사적 충돌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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