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억울한 옥살이로 '잃어버린 12년'…무죄 판결받은 중국 민영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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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6-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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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베이징 제1호 수퍼마켓 우메이그룹 장원중 창업주

  • 2009년 사기, 자금유용, 뇌물공여죄로 '12년 징역형' 선고받아

  • 재심끝에 무죄 판결…"기업가 합법적 권익 보호의 상징적 판례"

장원중 우메이그룹 창업주가 지난달 31일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앞서 2009년 사기죄 등으로 1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사진=CCTV ]


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중국의 한 유명 민영기업인이 약 12년 만에 무죄를 입증했다. 최근 우리나라 롯데마트 매장을 인수하며 유명해진 중국 대형 슈퍼체인 그룹인 우메이(物美) 그룹 창업주 장원중(張文中)의 이야기다. ​ 이는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서 중국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사기, 뇌물공여, 자금유용죄로 2009년 12년 징역형과 50만 위안(약 83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장원중에 대한 재심 판결을 진행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이 1일 보도했다.

이날 최고인민법원은 이번 판결이 “당중앙이 재산권과 기업가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는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중은 이날 국영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늦게 찾아온 정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며"내 개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 민영기업의 미래 발전과 관련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그는 신소매 사업부문 회장으로, 우메이 그룹으로 돌아와 ‘잃어버린 12년’을 되찾으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실 이번 판결은 기업가의 합법적 권익과 재산권 보호와 직결되는 일인 만큼 중국 재계 전체가 주목하는 사건이었다. CCTV가 “장원중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5월 31일은 중국 전체 민영기업인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날이었다”고 평론한 이유다. 

그동안 최고인민법원이 재심한 대부분의 사건은 살인·강간·절도 등 형사범죄에 국한됐다. 경제사범인 장원중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각급법원에 민영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가의 합법적 권익을 중시하라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해 10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에서 "민영기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각 부류의 시장주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기업가정신을 고취해 더 많은 사회주체가 창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엔 당중앙이 처음으로 '기업가 정신의 지위와 가치를' 강조하는 내용의 공식 문건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 '마트계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장원중은 1994년 우메이를 창업해 중국 베이징에서 최초로 슈퍼마켓 사업을 시작했다.   우메이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수도권 지역에서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2003년 중국 민영 소매기업 최초로 홍콩 증시에 상장한 우메이는 한때 베이징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의 3분의1을 차지했다. 2006년 수도권 지역에서 40개 가까운 매장을 운영했을 정도다. 

하지만 2006년 장원중이 사기 혐의로 체포되며 모든 게 하루아침에 변했다. 당시 문제가 된 건 민영기업인 우메이가 국유기업 산하 사업단위라는 명의를 빌려 정부가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술개조 보조금 3190만 위안(약 53억5000만원)을 신청한 일이었다. 당시 법원은 민영기업은 받을 수 없는 보조금을 우메이가 국유기업 산하 사업단위 명의로 받았으니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후폭풍으로 우메이가 당시 진행 중이던 거래가 일제히 무산됐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은 10개월간 거래가 중단됐다. 우메이는 2016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장원중은 12년 징역형에서 두 차례 감형을 받아 2013년 조기 출소한 후, 당시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2016년 최고인민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최고인민법원은 지난해 12월 27일 재심을 시작했고, 이후 5개월 만에 신속하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최고인민법원은 그 당시 이미 중국 정부에서 민영기업도 기술개조 보조금 신청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을 조정한 만큼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밖에 자금 유용과 뇌물 공여에 대해서도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중국 민영기업인들은 개혁·개방 40년 이래 사회 재부와 일자리 창출, 국력 강화 등 방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국유기업과 비교해 불공정·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며 '약자'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우메이처럼 국유기업 산하 사업단위에 부속되는 방식으로 경영을 전개하는 민영기업이 부지기수였다. 이를 전문적으로 일컫는 용어까지 있을 정도다.  '빨간모자를 썼다'는 뜻의 '다이훙마오쯔(戴紅帽子)'다. 

천웨이둥(陳衛東) 인민대 소송제도 및 사법개혁연구센터 주임은 "이번 판결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중대한 사건"이라며 "최고인민법원이 장원중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당국이 재산권 보호와 기업가 권익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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