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행장은 시작에 불과

은행권 채용비리 줄줄이 소환

[사진= 하나금융그룹 제공]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되는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지난 30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다.

영장실질청구심사는 1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판사는 피의자인 함 행장을 대면해 심문하고 구속사유를 판단한 후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만 봐서는 증거인멸 가능성만 빼면 해당되는 게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검찰이 현직 행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은 채용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을 입증할 무언가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구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선 사안에 따라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한다.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하나은행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함 행장이 구속되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도 높다. 두 사람의 혐의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검찰의 칼날이 김 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하나은행 채용비리 조사 내용을 넘겨받았다. 실무를 맡았던 당시 인사부장 2명만 구속 기소했다. 석 달 넘는 기간 동안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일각에서는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가 시들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다 지난 24일에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을 시작으로 25일 함 행장, 29일에는 김정태 회장까지 줄줄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쳤다. 

상황이 이렇자 함 행장은 이날 참석하기로 했던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출범 6주년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함 행장 구속영장 청구 관련 질문에 "그 문제는 금융위가 아닌 검찰에서 할 일"이라며 "제가 드릴 말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권에서는 현직 행장에 대한 영장 청구라는 점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수사 강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2월 하나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5곳의 채용비리 의혹에 관련된 자료를 받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지주는 뒤늦게 채용비리가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중 특히 최고경영자(CEO)가 채용비리에 연루된 곳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윤종규 회장의 개입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 행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다들 적잖게 놀란 모습"이라며 "채용비리에 대한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