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강국 재도약④] 해운 경쟁력 키우려면 항만 투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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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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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미널 운영권 없어 비용ㆍ안정성 불리… K-GTO육성해야

부산신항 제4부두 전경. [사진=현대상선 제공]



50%+1주의 부산신항 4부두(HPNT) 지분을 보유했던 현대상선은 생사 기로에 놓인 2016년, 40%의 지분을 싱가포르항만공사(PSA)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유동성 위기로 회사의 존폐가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터미널을 모두 외국 회사에 빼앗기는 것을 우려한 부산항만공사(BPA)는 현대상선이 갖고 있던 HPNT 지분의 일부를 인수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공기업 방만경영 개선 기조 속에 무산됐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로 항만공사의 민간사업 참여를 금지한다. BPA 관계자는 “당시 항만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HPNT 지분 인수가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말했다.

◆터미널 운영권, 해운업 필수 경쟁력

해운업계는 HPNT를 해외에 매각한 것에 대해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구조조정의 폐단’이라고 평가한다. 터미널 확보는 그 자체가 해운업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먼저 터미널 운영권을 갖추지 못할 경우 항만 하역료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선사들은 현재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에도 가입되지 않아 협상력이 더욱 부족하다. 거점 터미널 지분을 확보한 경우엔 하역료가 오르더라도 자회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인 만큼 감내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하역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원양 정기선사에 화물을 안정적으로 하역할 수 있는 전용 터미널은 필수적인 인프라다. 외국 운영사 의존도가 높으면 국적 선사의 시급한 하역작업이 외면당할 가능성도 있다. 하역 지연은 선사의 비용을 높일뿐더러 신뢰도에도 치명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하역이 지연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기항지로 가는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 유류소모가 커지며 비용이 급증한다”며 “4000TEU급 중소형 선박이 미주노선을 운항한다고 가정할 경우 하루만 하역이 지연돼도 유류비만 2만 달러가 더 든다”고 설명했다.

◆해외 터미널 지분 늘려야··· K-GTO 육성 시급

국내뿐 아니라 해외 거점항만의 터미널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5월부터 LA, 타코마 등 북미서안 주요 항만을 기항하는 노선에서 10~20% 수준의 추가운임을 받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컨테이너선 상단에 화물을 적재해 목적지에서 우선적으로 화물을 하역해주는 서비스로 화주들에게 인기다. 다른 항만에 비해 혼잡도가 높은 북미항만에선 하역 이후 화물을 수령하기까지 2~3일이 소요되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즉시 화물 수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터미널 운영사와 긴밀한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미국 서안 터미널 지분을 보유하지 못했다면 이 같은 서비스를 실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 터미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글로벌 해운사들은 세계 곳곳의 터미널에 지분을 투자한다.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를 앞세워 세계항만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 계열 터미널 운영사인 APM터미널은 58개국에 74개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고, 2위 선사인 MSC는 터미널 운영 자회사를 통해 22개국에 34개 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의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불과 7개의 해외터미널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 SM상선은 해외터미널 지분을 보유하지 못했다. 상위 10개 GTO는 글로벌 물동량의 66%를 점유하고 있다. 머스크와 MSC 등 선사 외에도 두바이포트월드(DPW) 등 GTO는 44개의 터미널을 운영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아직 완전한 경영정상화에 접어들지 못한 현재 우리나라 원양선사가 독자적으로 터미널을 확보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며 “선사와 정부, 공기업이 나서 한국형 GTO를 육성해 한국해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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