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여전히 기울어진 '공매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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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원 기자
입력 2018-05-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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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너무 강했다. 체급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없애달라고 요구해온 이유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았다.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대책을 한마디로 줄이면 개인도 공매도를 하라는 거다. 공매도 여건을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와 비슷하게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가 이길 수 있을까. 승패를 떠나서 개인 투자자가 이런 대책을 바랐을까. 대개 개인은 중소형주를 선호한다. 그런데 중소형주는 공매도에 쓸 물량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다.

정보 비대칭도 심각한 문제다. 상장법인이 '을'이라면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는 '갑'이다. 개인이 공매도 타이밍을 잡는 데 필요한 정보력에서 기관·외국인에 밀릴 수밖에 없다.

당국은 지금까지 공매도로 인한 역기능보다 순기능을 강조해왔다. 이번 대책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증권 배당사고로 한 발짝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형식적으로 공매도 문턱을 낮춘다고 개인·기관·외국인이 기울기 없는 공평한 운동장에서 겨룬다고 볼 수는 없다.

개인 투자자는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다. 당시 이런 대책을 바랐던 것이 아니다. 실제로 대책이 나온 후에도 불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인터넷 주식투자 카페마다 비난을 담은 글이 올라온다. 물론 하루아침에 공매도를 없애줄 거라고 생각한 개인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공매도를 권하는 대책이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나마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불공정 거래를 막는 것은 주식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가 바라는 것은 사후 처벌이 아니다. 불법 공매도가 일어날 가능성 자체를 없애주는 것이다. 불공정 거래로 주가가 추락한 다음에는 손실을 만회할 길이 없다.

물론 당국도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개인 투자자가 못 받아들일 대책이라면 더 고민해야 한다. 이번 대책으로는 개인과 기관, 외국인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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