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소셜벤처 육성 정책…“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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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 기자
입력 2018-05-3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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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관적 분석없이 정책 짜고 예산 집행 계획 발표"

  • 벤처투자사 "소셜벤처는 투자처로 부적격"…'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쳐

중소벤처기업부 현판.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소셜벤처 육성 정책'이 설익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소셜벤처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정책을 만든 것도 모자라,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1조원이 넘는 예산 집행 계획을 먼저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셜벤처의 명확한 정의나 판별 기준 역시 모호해 벤처투자사들도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벤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정책을 펼쳐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1일 중기부와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소셜벤처는 혁신과 모험 등 기업가적 속성을 통해 수익 창출과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말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유리한 위치에 있어 정부가 소셜벤처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소셜벤처 정책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소셜벤처 생태계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을 위한 해외정책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데다, 소셜벤처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정책 대상으로서의 판별 기준도 애매하게 나와있다. 

사회적기업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소셜벤처를 '창의성과 혁신성을 갖는 사회적 기업 모델의 하나'로 정의하고 있지만, 그 범위를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협소하게 설정해 놓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기부는 지난 16일 소셜벤처 육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총 5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만 1200억원의 예산을 소셜벤처에 지원한다. 소셜벤처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의 소셜벤처 맞춤형 보증도 공급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최세경 중기연 연구위원은 "현재 소셜벤처의 현황이나 주요 특성, 정책 수요 등의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며 "중소기업 공공구매와 세제혜택 등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하는 특화 지원 수단과 인프라도 정부가 소셜벤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소셜벤처 육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셜벤처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소셜벤처 실태와 정책수요 파악, 사회성과와 국가경제 기여도에 대한 과학적 측정 등을 위해 소셜벤처 실태조사를 2년마다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경직성이 아닌 유연성'에 초점을 맞춰 소셜벤처 육성대책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최원영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과장은 "소셜벤처에 대한 법적 정의나 판별 기준 등이 막연하게 돼 있는 부분은 인정한다"며 "내주 전문가 초청 회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소셜벤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중소기업 공공조달 등 사회적기업이 받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셜벤처를 우대하는 법적 근거는 만들지 않을 방침"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칸막이를 세워 소셜벤처 진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셜벤처 육성 정책을 두고 벤처투자기업들은 소셜벤처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벤처캐피탈 기업은 "소셜벤처 부문은 정부 발표 이후 알게 됐다"며 "정책을 보면 어떤 기업이 소셜벤처인지 명확하지 않다. 소셜벤처에 투자한 다고 해도 기존에 사회적 기업에서 받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등 투자처로는 부적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계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소셜 벤처에 투자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며 "장애인을 위한 수화 교육 앱을 운영하는 '에노마'라는 사회적기업에 투자한 적이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소셜벤처 분야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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