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도인' 무산 스님, 큰 울림 남기고 적멸의 길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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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8-05-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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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입적한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설악산 신흥사 조실 설악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이 30일 신흥사에서 종단과 원로스님을 비롯한 전국 각 사찰의 스님들, 각계인사, 신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사진=연합뉴스]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어차피 한 마리/기는 벌레가 아니더냐//이 다음 숲에서 사는/새의 먹이로 가야겠다"(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이 시대 마지막 '무애(無碍)도인'으로 일컬은 무산 스님 영결식이 30일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봉행 됐다.

생전 조오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적멸을 위하여'라는 시처럼 스님은 세계를 영원히 벗어나는 '적멸(寂滅)'의 길로 떠났다. 무산 스님은 지난 26일 설악산 기슭 신흥사 설법전에서 세수 87세, 승랍 60세로 입적했다.

스님은 자신을 '낙승(落僧·떨어진 중)'이라고 낮췄다. 하지만 고인이 떠나는 날 모인 3000여명의 비통한 표정에서 그가 남긴 승려로서의 울림이 전해졌다.

이날 영결식에는 각계각층 인사가 참석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총무원장 설정 스님 등 많은 스님과 불자는 물론이고,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최문순 강원도지사,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주호영 의원, 이양수 의원, 황영철 의원, 심기준 의원, 이수성 전 국무총리, 성낙인 서울대 총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소설가 조정래, 시인 신달자, 산악인 엄홍길 등이다.

영결식은 오전 10시 명종, 삼귀 의례, 영결법요, 헌다·헌향, 행장 소개로 시작됐다. 이어 영결사와 법어, 추도사, 조사, 조시 등이 진행됐다.

화암사 회주 정휴 스님은 "스님이 남긴 공적은 수미산처럼 높고 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지만, 정작 스님께서는 그 공덕을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수행자의 하심(下心)을 보여주셨다"며 "무산당, 편히 쉬시게"라고 평생 도반(道伴·동료)을 떠나보냈다.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은 영결사에서 "지난밤 설악산이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들었다. 계곡물도 울먹이며 지나갔고 새들도 길을 잃고 슬픔을 참지 못해 우는 것을 보았다"며 "이처럼 삼라만상이 무릎을 꿇고 슬퍼하는 것은 이 산중의 주인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애도했다.

이후 무산 스님의 육성 법문 영상이 스크린에 방영됐다.

무산 스님은 법문에서 "오늘의 고통, 중생의 아픔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며 "중생의 아픔이 내 아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고인은 불교계에서 '설악산 호랑이', '강원도의 맹주'로 통했다. 이념과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과 거리낌 없이 인연을 쌓았다.

이근배 시인은 조시에서 "그 높은 법문, 그 천둥 같은 사자후를 어디서 다시 들을 수 있겠습니까"라며 "백세(百世)의 스승이시며, 어버이시며, 친구이시며, 연인이셨던 오직 한 분"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강원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에서 열린 무산 스님의 다비식(시신을 불에 태워 유골을 거두는 불교의 장례의식)에서 고인의 영정 뒤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님의 법구는 우리나라 최북단 사찰인 고성 금강산 건봉사로 이운됐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다비식이 거행됐다.

고인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39년 출가했다. 불교신문 주필과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다. 또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으며 후학 지도에도 힘썼다.

1968년 등단해 시조집 '심우도', '아득한 성자' 등을 펴냈다.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시조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받은 한국불교 대표 시조 시인이다.

한용운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하고 만해대상, 만해축전을 개최하는 등 포교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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