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돌이표' 공세에 中 애써 담담…화웨이 제재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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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5-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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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관세폭탄 카드에 "예상했던 일"

  • 대미 수입폭 확대로 美 달래기 나설 듯

  • ZTE 이어 추가 제재 땐 전면전 불가피

[그래픽=아주경제DB]


미국이 중국산 정보기술(IT)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며 다시 공세로 전환한 데 대해 중국은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역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양보를 추가로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라면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저지하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중국은 ZTE에 이어 화웨이 등으로 제재 불똥이 옮겨붙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中 "뜻밖이지만 예상했던 일이기도…"

트럼프 행정부는 29일(현지시간) 500억 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중국산 IT 제품에 2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관세를 매길 품목은 다음 달 15일까지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17~18일 워싱턴 협상을 통해 양국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관세 부과 보류' 방침에 배치되는 결정이다.

중국은 허를 찔렸지만 크게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상무부가 30일 발표한 대변인 논평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책략성' 조치로 규정했다. 또 "뜻밖이지만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을 미·중 간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도로 본 것이다.

미국 정치권이 협상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고 대중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판단이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인민과 국가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충분한 자신감과 능력, 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원칙적인 수준의 대응에 나섰다.

중국 협상팀은 다음 달 2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현재까지의 협상 진행 양상은 중국에 불리하지 않다.

중국이 수입을 확대하기로 한 대두 등 농산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품목은 내부 수요가 증가세라 어디서라도 더 들여와야 할 처지다.

금융시장 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는 중국이 추진하는 경제구조 선진화의 전제조건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중국으로서는 안정적인 무역 환경 조성을 위해 적정한 범위 내에서 미국에 추가로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무역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며 "대중 무역적자 폭을 더 줄이는 게 미국의 요구라면 협상을 거쳐 일정 수준으로 양보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산 첨단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중국 상무부의 대변인 논평. [사진=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처]


◆첨단산업 육성 저지 행보에는 긴장

문제는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를 갈수록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 부과 품목으로 중국산 IT 제품을 적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백악관은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며 "미국은 중요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이 무분별하게 중국으로 이전되는 것을 막으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산 IT 제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하면서 기술력에서 앞선 자국 첨단기업의 중국시장 공략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글로벌 IT 산업의 패권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이 중국 내 주요 IT 기업들을 상대로 제재 칼날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미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ZTE가 미국의 제재로 고사 직전까지 갔던 아픈 기억이 있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은 화웨이다. 글로벌 1위 통신장비 업체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나 애플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화웨이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897억 위안(약 15조원)으로 중국 전체에서 5.13%를 차지했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기업이다.

감시카메라 분야 세계 1위이며 한때 상하이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한 하이크비전도 견제 대상이다.

미국 정부가 하이크비전의 제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이 이미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의 행보를 지켜보는 중국 수뇌부의 위기의식은 상당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날 중국의 최고 과학자 1300여명이 모인 중국과학원과 중국공정원의 합동 연례 회의 개막식에서 "현실이 입증했듯 핵심기술은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고 구걸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관건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실현하고 혁신과 발전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며 "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가치 사슬의 고점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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