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 세미나] “中 노동법, 지역별 천차만별…노무전문 현지 전문가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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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8-05-30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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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평복 중국 롱쉬로펌 고문

  • 한국식 느슨한 관리체계 안통해

  • 서면화·제도화로 리스크 줄여야

이평복 중국 롱쉬로펌 고문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제1회 중국법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중국 현지서 노무 문제가 생기면 각 지역 법률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베이징에서 발생한 문제를 칭다오 전문가에게 맡기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이평국 중국 산둥 롱쉬로펌 고문은 30일 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가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중국법 알아야 성공한다-협상과 노무’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 “중국 노동법률은 한국보다 복잡 난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고문은 이날 ‘중국 노동법의 노동자 보호제도와 한국기업의 노무관리 사례’라는 주제로 열린 발표에서 중국 노동법 특징부터 발생 사례를 중심으로 대응 방안까지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최근에 화두지만 중국에는 최저 임금 기준이 수천 개나 된다”며 “지역마다 또 성(省)마다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중국 노동법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예를 들어 겨울에 하얼빈에서 스키를 즐기더라도 남쪽에 위치한 하이난에서는 해수욕을 즐길 만큼 천차만별인 중국에서 각 지역을 고려한 임금체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변화하는 만큼 실정에 맞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고문은 “중국은 지난 2008년 노동계약법 실시를 계기로 노동법률을 노동자 권익보호와 고용안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면서 “회사 위법행위에 대한 노동자의 각종 배상금 청구가 법적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노동소송이 빈발하게 됐고, 종신고용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인사권 행사에도 큰 제약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노동법률을 확실하게 파악해 체계적인 인사관리를 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사업장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시대에 직면한 것이다.

이 고문은 “과거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 기치 아래 극단적인 경제지상주의 물결이 중국 전토를 휩쓸었다”며 “1995년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중국 최초의 노동기본법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나 지역이 앞서 나가면 나머지는 따라간다’라는 의미를 담은 선부론(先富論)은 덩샤오핑이 중국 개혁·개방을 처음 추진하던 1978년 내놓은 경제운용 원칙이다.

이어 “법 제정 당시엔 대다수 노동자가 국영기업의 철밥통 고용체제에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는 자본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면서 “또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도시로 몰려드는 수많은 농촌노동자를 흡수할 필요성 등이 노동법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노동법이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이 고문은 “2002년에 후진타오와 원자바오가 이끄는 중국은 국정이념을 ‘경제성장’에서 ‘조화로운 사회’로 전환하며 노동자를 위한 입법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2008년 실시된 노동계약법은 현지 노동법률 환경을 일거에 노동자 측에 유리하게 바꾸어 놓았다”고 설명한 뒤 “2016년에 들어서서는 노동자 권익보호에는 이바지했으나 기업 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우려에 따라 이 둘을 조화하기 위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선 일부 경직성 조항의 개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도 현지 노동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제 중국 직원들은 자신의 권리를 분명하게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본인 권익보호 문제를 따지고,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최저선의 요구를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인력 유동성이 낮고 취업 범위가 좁다. 평생직장 기대를 갖는 한국인과 달리 중국인은 직장 내 위치보다 자기 경력 발전과 단기보상을 중요시하고, 개인주의와 권리보호 의식도 강렬하다.

중국에서 한국과 같은 느슨한 노무관리체제와 연공서열형 급여체계를 운영하면 어느 순간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고 이 고문은 전했다. 중국법인도 창업 초기에는 느슨한 한국식 인사제도를 적용해도 큰 문제는 없이 굴러간다. 그러나 인력이 늘어나고 조직이 커지는 정착기에 들어서면 한국식 관리는 한계에 직면하고, 인력 과잉과 직급 인플레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중국 진출 10년이 넘어 노화기에 들어서면 조직 노화에 직면하게 된다”며 “인사체제가 현지화·체계화되지 않으면 날이 갈수록 인력 통제가 어려워지고 관리효율이 낮아지는 현상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며 “노동법률도 선진국 못지않게 엄격해졌고, 직원들의 권리의식과 임금대우 요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문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노무관리 서면화와 제도화 실시를 통한 법률리스크 관리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직무급에 기반을 둔 조직제도 재구축과 임금구조 복합화, 고과·보수 연동체제 강화 등 성과주의형 인사제도의 구축이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평복 고문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인사·노동 전문가이다. 이날 포럼에서도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현지 실태를 청중들에게 알기 쉽고 명확하게 전달했다.

이 고문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중국팀 팀장을 맡아 현지 시장을 꿰뚫는 통찰력을 키웠고, 현재는 한중법학회와 산동 로쉬로펌, 청도 코트라에서 고문을 맡고 잇다. 

인사‧노무 관련해 국내에서 200여회가 넘은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전문가가 대거 포진한 코트라를 비롯해 코오롱·이마트·LG디스플레이·LG화학·한화솔라원·기아자동차·현대자동차·SK네트웍스·SK하이닉스·계양정밀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그를 찾아 중국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지금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전문적인 상담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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