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포커스] 중국 핀테크 굴기, 한국 이기는 3가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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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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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글로벌 컨설팅법인 언스트앤영(EY)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핀테크 이용률은 69%로 세계 1위로 한국(32%) 보다 훨씬 높다. 혹자는 금융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은 개도국에서 빠르게 핀테크가 성장한다고 얘기한다. 논리가 빈약해 보인다. 세계 핀테크 100대 기업 중 미국기업이 19개로 제일 많다. 중국은 9개 기업, 한국은 1개 기업만 포함돼 있다.

핀테크 산업은 블록체인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한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영역 중 하나이다. 세계 10대 핀테크 기업 중 5개가 중국기업이고, 그중 1위부터 3위가 모두 중국기업이다. 중국 ‘핀테크 굴기’의 배경과 원동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세계 핀테크 기업 2위인 중안(zhong-an)보험과 6위 기업인 루팍스(LuFax)를 직접 방문했다. 중안보험은 2013년 텐센트·알리바바·핑안보험이 공동 설립한 중국 최초의 온라인 보험사이고, 루팍스는 2011년 중국 핑안보험이 설립한 자산관리 및 P2P 플랫폼 기업이다. 중국 핀테크 산업의 성장배경과 발전 원동력은 크게 3가지 혁신으로 요약된다.

첫째, 막강한 시장 파워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경제의 혁신이다. 이른바 멧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멧칼프의 법칙이란? 모바일 이용자 수가 어떤 티핑 포인트를 지나기 전까지는 창출하는 가치가 비용보다 적지만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그 가치는 비용을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2017년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9억 명에 이르고 2018년을 기점으로 13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세계 1위의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관련 금융기술) 보험사이기도 한 중안보험은 2017년 6억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95억 개의 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엄청난 시장 구매력에 모바일 결제기술이 더해지면서 시장규모는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2018년 3월 현재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이미 2경을 넘어섰다. 한국 국부에 맞먹는 규모이고, 미국보다는 약 90배 이상 큰 시장이다.

중국은 이제 거지도 현금을 받지 않고 QR 코드로 돈을 받는 무현금(cashless) 사회로 점차 변모되고 있다. 이렇게 구축된 DB는 다시 빅데이터로 재탄생돼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고, 이러한 서비스가 블록체인·AI 기술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플랫폼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둘째, 막대한 인적자원이 만들어 내는 기술적 혁신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카피의 중국이 무슨 기술적 혁신이냐?” 라고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의 기술적 혁신은 정부와 민간차원의 투트랙(Two-track)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세계적인 해외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지원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연구 성과를 상용화 할 수 있도록 기술생태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000년 초 해외 우수인재 최초 프로그램인 백인계획(해외에서 백 명의 우수한 청년 학술 리더 인물 유치)을 기점으로 천인계획(외국에서 활동하는 기술 및 금융전문가 1천명 영입), 만인계획(우수인재, 청년 첨단인재 1만 명을 중점적으로 선발 양성)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만인계획의 상위 1%인 100명은 최고 엘리트군으로 향후 노벨상 수상자로 키운다는 목표로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하고 육성시키고 있다. 미래의 중국이 지금보다 더 두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중안보험의 경우 전체 매출액의 10%를 새로운 기술개발(R&D) 영역에 투자하고 있으며, 핀테크 전문 우수인재를 적극 유치 영입하고 있다.

한편, 민간차원에서 일어나는 기술적 혁신도 결코 만만치 않다. 중국정부의 대중창업(大衆創業), 만인창신(萬人創新)의 기조아래 창업과 혁신을 통한 신성장동력을 찾기 시작하면서 스타트업 열풍이 한창이다. 하루에 1만6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고, 이들 중 10%가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CB insight)에 따르면 중국 내 벤처캐피털 자금의 36.2%가 중국 핀테크 기업에 투자되고 있는데 미국(43.3%)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중국정부의 개방적인 제도적, 정책적 혁신이다. 중국 핀테크 산업의 성장은 ‘선(先)허용, 후(後)규제’ 방식의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는다면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기본방침인 것이다.

또한 정책, 법률상으로 금지하는 것을 정해주고 이외에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도입해 시장의 혁신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와 네거티브 규제방식이 드론·블록체인·IoT·AI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영역에 적용되고 있어 향후 ‘차이나 이노베이션’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급속한 중국 핀테크 산업성장에 대한 얘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향후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중국은 엄청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산업을 스마트화 시키고 있다. 결국 다양한 산업과 핀테크가 결합되고 중국식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핀테크 수출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중국의 핀테크 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정책행보가 수반돼야 한다. 최근 한국정부도 규제개혁 혁신을 강조하며 규제 프리존과 규제 샌드박스 도입 필요성을 애기하고 있지만 이해당사자간 불협화음과 비효율적인 행정관행으로 단시일 내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러는 동안 국내 우수 기술인재들은 한국을 등지고 시장 확장성이 큰 국가로 떠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박승찬 소장/교수
중국 칭화대 경영학 박사
전)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관
전) 미국 듀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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