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양극화 줄이겠다던 최저임금·근로시간 실험, 되레 취약계층 일자리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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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8-05-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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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인상, 올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전년대비 9만8000명 감소

  • 근로시간 단축, 초단기 일자리 증가 등 일자리 질 악화

최근 취업자·실업률 추이[자료=통계청,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양극화 해소 정책이 되레 양극화를 부추겼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소득주도성장'이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려 일자리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여 저녁이 보장되면 소비여력이 생겨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임금 격차도 줄어 사회적 양극화도 해소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50인 미만의 영세 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했다. 취업 증가세는 둔화됐고,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각종 고용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계층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7.4%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4%로 제법 많이 인상됐다”며 “이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소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양극화 심화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의 영향인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를 보면 2011~2015년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의 고용증가율은 1.32% 포인트, 관련 일자리 수는 1.34% 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은 5.1~7.2%로 평균 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인상됐음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고용 지표는 더 악화됐을 것이란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상승은 고용을 소멸시킬 뿐 아니라, 고용창출 또한 억제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재분배, 소득주도성장 등의 순기능 효과는 적은 반면, 영세 자영업체에 미치는 비용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가 전년 대비 9만8000명 줄었고, 4월 한 달에만 8만8000명 급감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외쳤던 정부 수장들도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올해 올린 최저임금이 고용이나 소득 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야 한다. 또 앞으로 올리려는 인상분에 대해 시장과 사업주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저임금 인상 여부는 2020년, 2022년으로 못 박지 말고 상황을 봐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52시간 단축도 초단기 일자리만 늘리는 등 일자리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기업과 공공기관 △2020년 1월 1일부터 50~299인 기업 △2021년 7월 1일부터 5~49인 기업이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보면 한 주당 17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사상 최고치인 142만명에 달했다.

주당 17~36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는 410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4만1000명 늘어난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240만5000명으로 1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에서 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영세 사업장의 고용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약화, 추가 채용 부담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신 직무·성과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과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성과급과 직무급 등 보상 위주로 바꾸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임금 체계를 근로시간이 아닌 생산량에 따라 보상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해야겠지만, 기존 일자리를 복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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