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정세균 "국회 관행,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입법 활동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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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05-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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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구 활동 1번, 정당 활동 2번, 입법 활동 3번은 선후 바뀐 것"

  • "6월 국회 무산, 부끄러운 성적표…정파적 이해 관계 문제"

  • "판문점선언 지지결의안 꼭 채택돼야…마지막까지 노력"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은 임기 종료일을 하루 앞둔 28일 "국회 관행과 문화, 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데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의원의 역할에서) 입법활동이 1번인데, 선후가 바뀌어 지역구가 1번, 정당활동 2번, 입법활동이 3번이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헌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1년 반이나 가동했는데 국회 개헌안 하나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성적표"라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못해 (임기 내 처리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선 "아직도 내용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오늘 본회의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오늘 꼭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의장은 체포동의안 자동표결법을 내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만들 정도로 '특권 내려놓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우선 '큰일 났구나'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의사결정이 국회에서 이뤄진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불체포특권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고 법을 개정하면서 과거 72시간이 지나면 없던 것으로 하는 '방탄 국회'가 사라졌다. 국회에서 표결절차를 밟은 것은 법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그 결과가 국민 정서랑 안 맞았다. 앞으로도 당연히, 국회의원도 일반 국민과 똑같이 범죄행위에 대해 제대로 벌을 받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도 국회만 특활비 공개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국회 특활비 사용내역 공개를 최종판결로 확정하면서 강제로 공개하게 됐다는 지적이 있다. 여전히 국회 특활비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나.
"저는 뭐 국민 정서를 잘 알고 있고 또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그대로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기 때문에 특활비 내역을 공개할 것이다. 그런데 특활비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나서 첫해에 23%, 국회 특활비를 삭감했고 둘째 해에는 35%를 삭감해서 통산으로 보면 내년 예산은 40억원 정도로 국회에서 예산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보낼 준비가 된 상태다. 무슨 말이냐면 두 번에 걸친 제도개선을 통해 특활비 규모가 반절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제가 보기엔 다른 어떤 기관도 국회같이 이렇게 큰 규모의 삭감을 한 기관은 없을 것이다. 국회가 선도적으로 제도개선에 앞장서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원래 특활비 제도 자체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재판을 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 제도를 국회뿐 아니라 모든 기관에 걸쳐서 개선해야 하는 게 앞으로 갈 길이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겠지만 제도개선에 앞장설 것이다."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고 선진화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여소야대 국회를 이끌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의장께서 바란 만큼 다당제 협치가 이뤄지지는 못한 것 같다. 법 제도적이든 정치 문화적이든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까.
"오늘의 국회가 70년이 됐는데 사실 국회 관행과 문화는 70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우리 관행과 문화와 제도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일하는 국회, 힘이 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 특히 영국 국민이 영국의회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을 보고 안심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민국도 그런 국회가 돼야 한다. 원래 국회의원은 국회 입법 활동이 주이지만 정당 활동도 하고 지역구 활동도 한다. 선후가 바뀌어 지역구 활동이 1번, 정당 활동이 2번, 입법 활동이 3번이 돼선 안 된다. 입법 활동이 1번이고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보충적으로 하는 문화와 관행이 만들어져야 한다. 법안처리 양이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하면 조금 늘어날 것인데 20대 국회 전반기 들어서 13% 정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9500여 건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논리나 설명으로도 국민께 이해를 구하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 의원 여러분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고 관행과 문화를 빨리 바꿔야 한다."

-평소 '개헌론자'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번 개헌 무산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을 것 같다. 국회에서는 개헌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1년 6개월가량 운영했는데도 국회 개헌안이 나오지 못한 이유와 향후 개헌을 위해서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제가 취임한 첫해, 개헌을 꼭 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때 가능하면 제 임기 중에 개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면 20대 국회엔 개헌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취임하면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뤄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1년 반 동안 가동했는데 국회 개헌안 하나 만들지 못한 것은 저의 기대와 달리 부끄러운 성적표라고 생각한다. 지난주에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사실상 채택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국회가 18대, 19대부터 지속해서 개헌을 연구했고 20대는 연구를 넘어서 특위까지 운영했기 때문에 축적된 개헌 내용을 각 정파 지도자들이 결단만 하면 성사시킬 수 있다는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개헌특위 활동시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고 또 지방선거라는 정치행사가 있지만 빠르면 6월 말이라도 아니면 후반기라도 국회가 개헌안을, 여러 정파가 합의한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발의한 안도 충분히 반영하면서 국회의 독자적 개헌안이 만들어져서 빠르면 금년, 늦으면 내년까지 꼭 성사됐으면 좋겠다. 개헌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뭐냐가 있었는데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도 개헌을 수시로 하는 시대는 열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 문제와 정파 이해관계는 좀 분리해서 별도로 처리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정당 지도자들이 그런 결단을 해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국회의장의 다음 행보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한다. 퇴임 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
"제 지역구가 종로인데 종로구민과의 소통이 소홀해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역할을 잘할 작정이다. 사실 국민, 국가로부터 큰 은혜를 받은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갚아도 다 못 갚을 것 같다. 어떻게 갚을 것이냐. 정치 품격을 높이고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게 은혜를 갚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 저보다 더 좋은 후배 정치인들을 지원하고 양성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후원하는 데 그런 노력으로 좋은 정치인들이 배출되게 하는 게 저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저는 정치에 남아있으면서 정치발전과 좋은 인재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보면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사건에 대해 국회의장의 역할을 요구하면서 한마디 해주길 바랐던 거 같다. 정 의장이 본회의에서 우병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 정부를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안 한 이유가 있는지. 쟁점이슈 때문에 국회가 올스톱되는 문화가 많은데 이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정기국회 모두발언에서 말했다. 우병우 수석에 관한 것은 검찰 개혁에 관한, 공수처 얘기다. 사드 배치를 하더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국회의장이 필요할 때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너무 빨라서도 안 되고, 버스가 지나간 다음에 해도 안 되는데 당시엔 꼭 지적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이번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도 원내대표들과 회동을 하면서 그 모임에 입장도 이야기하고 협상을 성공시키려고 하는 노력을 했다. 그렇지만 나서서 이야기해야 할 타이밍은 아직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하지 않았다. 저는 의장이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만약 그때 제 말을 들었으면 세상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가 원내대표들에게 '여당이 야당 되면 100% 바뀌고 야당이 여당 되면 100%가 바뀌냐. 제발 50%씩만 바뀌어서 중간에 만날 수 없냐'고 늘 말한다. 여야의 태도 변화 때문에 우리 국회가 생산성이 없다는 비판을 듣고, 9500건이나 법안이 쌓여있는데 허송하는 국회가 된 것 아니겠나. 한편으로 정치적인 문제로 다툴 건 다투더라도 할 일은 하면서 하는 그런 국회 문화를 만들어보자, 그렇지 않으면 저는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는커녕 신뢰를 쌓기도 어려울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국회가 천덕꾸러기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다음 후반기 2년 동안은 싸울 건 싸우더라도 일은 하면서 싸우는 그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가 돼야 하고 그런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반기 국회에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관련해서 국회의원 외유성 출장 논란이 있었다. 의장도 국회법을 통한 근절 방향을 말씀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하반기 국회 때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나.
"사실 피감기관 지원을 받은 출장 건수가 그렇게 많은 것에 대해서 저는 경악했다. 그리고 이렇게 등잔 밑이 어두울 수 있느냐고 반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접하고 나서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출장은 예외로 둔다고 했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는 출장은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거의 없을 것이며 꼭 필요한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국민 여러분께서 과거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도덕적으로 아마 비판을 받고 유권자들이 잘 보시겠지만 실정법으로 다스리기에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오늘 본회의에서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 처리를 논의할 예정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의장이 중재를 많이 했는데 일부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판문점 선언 이후 제가 국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결의안 초안도 만들어서 각 정당에 배포한 지가 오래됐다. 그런데 아직 대한민국 국회가 이 판문점 선언에 대해 일언반구하고 있다. 각 정당 입장은 말했지만, 국회 차원에서 말씀이 없는 것에 대해서 저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다른 나라들도 입장 표명이 있고 지지하는, 성원하는 액션이 있는데 우리만 그런 게 없는 게 안타깝다. 조금 전에도 상황 체크했는데 아직도 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과연 오늘 본회의에서 국회결의안이 채택될지 미지수다. 이 회견이 끝나고 나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정당 원내대표와 소통을 통해서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할 작정이다. 저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서 국회가 입장표명이 없다는 것은 국회 스스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꼭 오늘 결의안이 채택됐으면 좋겠고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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