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남과 북은 KT로 통(通)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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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8-05-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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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남북협력사업개발TF 신설, 남북 간 ICT 교류 대비

  • - 지난달 3차 회담서 5G 시범 서비스 선봬

지난 26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전격적으로 열렸다. 지난달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후 한 달 만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 정상은 북핵 문제 해결을 구심점으로 남과 북이 격식 없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다음 달 1일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주제로 고위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해, 성장동력이 절실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높다.

이동통신 3사 중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KT다. KT는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후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것을 대비해 ‘남북협력사업개발태스크포스(TF)’를 이달 10일 신설했다. TF는 남북 간 경제협력을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교류 확산을 목표로 한다. KT그룹의 ICT 역량을 모아 대북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소프트웨어 개별 협력 등의 사업 추진 계획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TF는 △대정부지원 분과 △BM‧인프라 분과 △그룹사 분과 △지원 분과로 구성된다. 대정부지원 분과는 정부 정책 협력을 지원하고 BM‧인프라 분과에서는 남북 협력사업 개발과 추진을 담당한다. 그룹사 분과와 지원 분과는 각각 KT의 남북 협력사업과 연계한 사업을 발굴‧추진하고, 협력사업에 추진되는 재원과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

KT는 TF의 즉각적인 업무 추진과 전사적인 지원을 위해 경영기획부문장 직속의 임원급 인사도 단행했다.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TF장을 겸직하고, 대정부지원 분과장은 CR부문장인 박대수 전무, BM‧인프라 분과장은 윤경림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부사장), 그룹사 분과장은 강국현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지원 분과장은 경제경영연구소장 김희수 전무가 겸직한다. KT는 이번 인사로 KT그룹 차원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과 ICT 교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KT는 향후 남북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T 직원들이 지난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위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통신시설을 구축하고 점검하고 있다.[사진=KT]

◆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서 첫 통신 지원

KT는 남과 북이 만나는 자리에 늘 함께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통신지원을 한 것이 시작이다. 남북 통신협력사로 지정받기도 전이었다.

통신 주관사로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은 그해 12월이었다. 당시 KT는 온세통신의 뒤를 이어 남북 통신협력사로 지정됐고, 금강산 관광지구와 평양 실내체육관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1년 2월 제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과 프레스센터였던 롯데월드호텔에 TV 중계 회선, 남북직통전화, 인터넷 전용회선, 일반전화‧공중전화 등 총 810회선을 설치했다.
 

2005년 KT의 남북 광통신망 개통식 현장. 분단 60년 만에 남북 간 광통신망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사진=KT]


당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KT의 위성이동지구국과 광케이블을 통해 광화문 국제 TV중계센터를 거쳐 금산 위성지구국 인텔셋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중계됐다. 국내에서는 KT 영등포센터를 통해 방송사를 거쳐 시청자들에게 제공됐다. 2005년 7월에는 남과 북이 분단된 후 60년 만에 광통신망을 연결했다. KT 문산 지점과 북측 개성전화국으로부터 뻗어 나온 광케이블을 연결한 것이다. 광통신회선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연결돼 이산가족 화상상봉용으로, 나머지는 개성공단 등 남북 간 통신회선으로 이용했다.

그 해 12월에는 남과 북의 민간 전화를 연결했다. 당시 남북 간의 직접적인 통신 개통은 2002년 12월 ‘개성 공업 지구 통신에 관한 합의서’가 체결된 후 십여 차례에 걸친 협상과 기본합의서, 부속합의서 체결 등을 거쳐 3년 만의 일이었다. 1945년 7월 소련에 의해 서울과 해주 간 통신망이 인위적으로 끊긴 지 60년 만에 남북 민간 차원의 통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관련 업무 전문가 50여 명으로 통신운용대책본부를 구성, 국제위성과 무궁화 위성, 광케이블을 이용한 통신‧방송중계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회담 일정이 구체화된 후에는 1500명의 인원을 투입해 광케이블 등 시스템을 설치하고 TV방송회선, 인터넷 등 1200여 회선을 구축했다.

원활한 방송중계를 위해 KT의 무궁화 3호 위성을 통해 서울 KBS와 KT 영등포 방송센터, 프레스 센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했다. 해외 중계는 서울-평양 간 직통망에 의한 방송전용 회선과 위성으로 이원화해 장애 가능성을 줄였다.
 

2007년 10월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KT의 정상회담 통신지원센터[사진=KT]


◆ 3차 회담서 5G VR 중계 선봬...개성공단서 언제든 통신 재개 가능

KT는 지난달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주관통신사로 선정돼 통신지원에 나섰다. 이번에도 정상회담 관련 방송,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반 서비스를 제공했다. 판문점에 방송망과 전용회선을 구축했고, 국내외 취재진을 위해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도 관련 인프라를 설치했다. 당시 정상회담은 11년 만에 열려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1‧2차 회담 대비 행사 규모도 2배 이상이었다. 실제로 AP와 로이터, AFP, CNN, BBC 등 각국 주요 매체의 취재진을 포함, 총 2800명의 취재진이 사전 등록했다.

이전 회담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KT가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5G 시범 서비스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KT는 판문점 자유의 집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브리핑은 일반적인 방송중계에 더해 5G 망을 활용해 360도 VR(가상현실) 영상으로도 일산 프레스센터에 실시간 중계했다. VR 360도 영상은 판문점 브리핑룸에 들어가지 못한 내외신 기자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일산 프레스센터 외부에는 5G 버스를 활용한 ‘이동형 5G 홍보관’을 운영해 취재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5G 로봇암 △5G 커넥티드 스피드 △VR 동계스포츠 체험 등 5G의 초고속, 초저지연 등의 특성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다.

KT는 이외에도 2002년 한·일 월드컵, 2011년 G20 서울 정상회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공식 통신 파트너로 활약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KT는 현재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은 대북 사업이 재개되면 즉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ICT 환경을 조성하고, 2004년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추진했던 남북 소프트웨어 공동 연구개발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정부가 준비 중인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남북 교류사업도 지원한다. KT의 신기술을 활용, VR와 홀로그램 기반의 이산가족 화상상봉을 지원하고, KT샛의 위성망을 바탕으로 북한 농어촌 지역 위성인터넷 보급, 통신 규격 표준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KT는 지난 5년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300여명의 베트남 여성과 1900여명의 베트남 현지 가족이 영상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KT는 2005년부터 10년 동안 개성공단에 직원을 상주시켜 입주기업들의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개성공단에는 남북 간 광케이블 등 통신 인프라와 함께 북한 당국으로부터 50년간 임차한 1만㎡ 규모의 통신국사 부지를 확보하고 있어 언제라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현모 TF장은 “KT는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 통신지원을 맡고, 개성공단에 유선전화 등을 공급하는 등 남북 간 협력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KT뿐 아니라 그룹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북협력시대가 본격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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