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이 뽑은 별별 명장면] '독전' 마약신, 실수가 만든 명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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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5-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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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다음 기사는 영화 '독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독전'에서 원호 역을 맡은 배우 조진웅[사진=NEW 제공]


* 다음 기사는 영화 '독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배우의 입장,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92번째 주인공은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제작 용필름·배급 NEW)의 배우 조진웅이다.


영화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 이번 작품에서 조진웅은 실체 없는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가장 인상 깊은 신은 역시 ‘마약 흡입 신’이죠. 이해영 감독이 ‘컷’ 소리를 안 해서 끝까지 갔어요. 흡입하는 척만 해야 하는데 진짜 흡입해버린 거예요.”

조진웅이 언급한 마약 흡입 신은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잡기 위해 형사인 원호가 잠입 수사를 벌이는 장면이다. 조직에서 버려진 락과 손을 잡은 원호는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 분)을 가장해 선창(박해준 분)과 만난다. 이 과정에서 원호는 자신의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신종 마약을 흡입한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 쓰는 ‘마약’ 소품이 따로 있대요. 그런데 우리 소품 팀은 마약과 소금이 입자나 색깔이 비슷해서 소금을 준비한 거죠. 어차피 흡입하지 않을 거니까.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사인이 잘 안 맞아서 끝까지 가게 된 거예요. 흡입하는 척하고 따로 편집하는 건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니까! 하하하. 정말 죽겠더라고요. 바다에 거꾸로 박힌 느낌이었어요. 소금이 뒤통수에 붙은 것처럼요! 모두가 놀랐죠. 촬영이 잠깐 중단됐어요. 저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잠깐만요!’를 외치고 화장실에 들어갔어요.”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천상 배우인 조진웅은 화장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 눈빛, 마약 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만족감을 느꼈다고. 단박에 ‘한 번 더 찍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맛이 간 듯한 느낌? 풀린 눈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작진한테 ‘또 가자’고 했어요. 다른 각도로도 여러 번 찍어야 해서 4번 정도 더 코로 마셨는데 정말 못 할 짓이더군요. 고통을 아니까 조금 머뭇거리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모니터를 보니 괜찮았어요.”

촬영 후 소품 담당이었던 스태프는 조진웅의 열연에 눈물까지 보였다고 덧붙였다.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가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냐. 너 때문에 좋은 장면 건졌다!’고 말해줬어요. 사실이니까요. 제가 바보처럼 마신 게 잘못이었죠. 하하하. 그래도 이해영 감독님은 내심 마시길 원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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