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속상해도 포기 안해요”…‘절친’ 박인비 보며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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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서민교 기자
입력 2018-05-2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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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의 세컨드 샷 모습. 사진=KLPGA 제공]


“진짜 일요일까지 치고 싶어요.”

9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나선 이보미의 진심이다. 변함없는 밝은 미소 뒤에 간절함이 묻어나온 이 한 마디에는 최근 부진에 따른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보미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며 통산 21승을 수확한 ‘JLPGA 여왕’이다. 2015년과 2016년 JLPGA 투어에서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했다. 이 기간 쓸어 담은 우승트로피만 12개다. 하지만 지난해 1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올해에는 아직 우승이 없다. 올 시즌 JLPGA 투어 상금랭킹도 70위에 머물러 있다.

이보미가 오랜 만에 국내 무대를 찾았다. 지난해 8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출전 이후 9개월 만이다. 국내 무대에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8년 만에 KLPGA 투어 우승 도전에 나선 이보미의 첫날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보미는 25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단독 선두 나다예(6언더파 66타)와 7타 차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이보미는 11~1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이보미는 후반이 아쉬웠다.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범했다. 6~7번 홀에서 연속 보기로 전반에 줄인 2타를 다 까먹은 뒤 마지막 9번 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해 결국 1타를 잃고 첫날을 마쳤다.

이보미도 아쉬운 날이었다. 이보미는 “전반에 버디로 시작해 샷감이 좋았는데, 후반에 흐름이 나빠졌다. 롱 퍼트 거리감이 없어서 3퍼트를 많이 한 것 같다”면서 “아쉬운 라운드였지만, 그래도 샷감이 많이 좋아진 것에 위안을 삼고 싶다”고 오랜 만의 국내 대회 첫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랜 만에 왔기 때문에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잘 치고 싶었는데, 실수를 너무 많이 했다”며 “내일부터는 박수만 받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최근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다. 올 시즌 JLPGA 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했고, 컷 탈락만 4번이나 기록했다. 시즌 최고 성적이 공동 11위에 불과하다.
 

[이보미가 퍼팅 이후 아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KLPGA 제공]


이보미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부진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샷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너무 많은 연습량 때문에 몸을 혹사시킨 탓에 체력적인 문제도 겹쳐 집중력마저 흐려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샷감은 돌아오고 있는데, 집중력이 자꾸 흐뜨러져서 문제다. 흐름이 중요한데 그 흐름도 계속 잡지 못하고 있다”며 “노력은 하고 있는데 잘 되지 않아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경기가 풀리지 않아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불릴 정도로 후원사가 많아 마음대로 쉴 수도 없는 처지다. 이보미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셔서 쉴 수도 없지만, 지금 쉬면 ‘포기했다’는 말을 들을 것만 같다”면서 “정말 힘든 시간인 것 같다. 골프를 치면서 이렇게 성적이 안 좋을 때가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잘 해왔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올해 이보미를 자극하는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동갑내기 친구 박인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기 때문. 박인비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일찌감치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고, 마지막 숙제였던 KLPGA 투어 우승도 해냈다.

이보미는 “겨울에 모임이 있어서 (박)인비와 만나 ‘우린 동기부여가 안 돼 걱정’이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인비가 미국 가서 엄청 잘하더라. 난 계속 잘 안 되고 있는데…”라며 “그래도 친구가 잘하고 있으니까 대견하고 대단하다. 인비를 보면서 나도 이번 주 ‘잘해 보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비처럼 쉬어 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 같긴 하다”고 작은 목소리로 넌지시 내뱉었다.

속내를 털어놓던 이보미는 대회 둘째 날을 위해 다시 각오를 다졌다. 이보미는 “지금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이 탓도 하고 싶지 않다. 아직 31살밖에 안됐다. 인비는 남편도 있는데 난 시집도 못 갔다”며 웃은 뒤 “오늘 전반에 잘 풀렸다. 내일 하루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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