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선거펀드는 금융·증권업계에서 말하는 금융상품, 펀드와는 다른 개념이다. 우선 일반적인 펀드라면 투자비용을 잃게 될 위험 부담이 있지만, 선거펀드는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준다.
후보자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 전액을, 10~15%를 득표하면 반액을 돌려받는다.
명칭만 ‘펀드’일 뿐 사실상 ‘개인과 개인 간의 금전거래’라고 보면 된다.
대신 투자자가 얻은 이자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이 적용된다. 국세청은 선거펀드 운영자에 대해 이자소득 세율 25%를 적용해 세금을 원천 징수하고 있다. 금융기관 이자소득 세율(14%)이 아닌 비영업대금의 세율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 펀드’를 개설한 지 14분 58초 만에 181명이 참여해 목표액 14억원을 달성했다.
박 후보 측은 연 이자율 3.27%를 적용해 지방선거 두 달 뒤인 8월 13일 투자금을 돌려줄 예정이다.
앞서 박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펀드 개설 52시간 만에 5778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모금한 바 있다.
같은 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비용 모금을 위한 ‘OK 시민행복 펀드’도 지난 15일 개설된 이후 만 하루 만에 목표액(12억원)을 채우고 마감했다. 이자율은 3.6%다.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역시 지난 14일 선거펀드를 출시한 지 5시간 만에 목표금액 5억원(이자율 3%)을 초과 달성했다.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의 ‘양승조 펀드’도 개설된 지 나흘 만에 목표액 11억원(이자율 3.6%)을 모은 뒤 조기 마감됐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은 17개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교육감,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선거펀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 교육감 재선에 도전하는 이재정 후보가 개설한 ‘더불어 숲’ 펀드는 개설 후 이틀 만에 모금 목표액 30억원을 달성하며 소위 ‘대박’을 쳤다. 이 후보는 2014년 선거에서도 같은 금액을 채운 바 있다.
이처럼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펀드는 연일 '대박'을 치고 있지만, 보수 야당 후보들은 선거펀드를 아예 개설하지 않거나, 개설해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목표액 10억원의 ‘서병수 BS+ 펀드’(이자율 3.6%)를 개설했지만 아직 마감을 하지 못했다.
서 후보는 좋은 일자리 펀드, 2030월드엑스포 펀드, 아이맘 펀드, 김해신공항 펀드, 다복동 펀드, 부산플러스 펀드 등 다양한 세부상품도 마련했다.
한국당 소속으로 충북지사 후보로 나선 박경국 후보와 정창수 강원지사 후보도 선거펀드를 모금 중이다.
인지도가 낮은 출마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당이 나선 곳도 있다. 민중당은 지난달 당 명의로 ‘2018 지방선거 재정 마련 펀드’를 개설했다.
목표금액은 3억원으로 연이율 3%, 상환시점은 내년 3월이다. 중앙당이 돈을 모아서 후보자들을 지원하고 추후 정당운영비에서 이를 갚는 방식이다.
선거펀드의 원조는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시민 펀드’다. 유 전 장관은 연 2.45% 이자를 약속하고 110일 동안 41억5000만원을 모았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에 패해 낙선하긴 했지만 15% 이상 득표에 성공해 빌린 돈을 다 갚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19일 ‘국민주 문재인 펀드’를 개설해 1시간 만에 1차 모금 목표인 1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문재인 당시 후보가 각각 출시한 ‘박근혜 약속펀드’와 ‘담쟁이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자금 해결과 홍보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선거펀드”라며 “소액 투자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