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약세에 유가 불확실성까지..."신흥국 위기 장기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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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8-05-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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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이란·베네수엘라 제재 앞두고 국제유가 불확실성 높아져

  • 유가 급등 속 美국채금리 3%대 유지...달러 강세 부추겨

  • "2013년 긴축발작 당시보다 위험...신흥국 위기 장기화 우려"

[사진=연합/AP]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신흥국의 연쇄적인 통화 가치 하락 사태가 한 달 이상 이어지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 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가 계속 나오고 있어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대를 일찌감치 넘어선 데다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흥국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美 이란·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시사···국제유가 영향 불가피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1위를 차지한다. 이란은 세계 5위 산유국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도 3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주요 산유국인 이들 국가의 석유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면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 추가 경제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재집권 등을 비난해왔던 만큼 부정 선거 여부를 추가 압박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 것이다. 당초 베네수엘라 대선은 오는 12월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퇴진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조기 대선을 강행했다.

마두로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선 성공으로 향후 6년 임기를 보장받게 됐지만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최신 보도를 통해 미국이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주요 자금 수단인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단행도 유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AP통신 등 외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지 2주 만에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이란인 5명을 대상으로 미국 내 자산 동결,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부과했다. 사실상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일부 숨고르기 장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약 3년 전과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2.1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은 지난 17일 3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선을 넘긴 후 79달러 후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원유 정보 업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글로벌 수요나 지정학적 위기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신흥국, 화폐가치 하락에 신음···경제 위기 장기화될 수도"

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3%대에 진입했다. CNBC 등에 따르면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대비 0.016%p 낮은 3.049% 수준을 보였다. 한때 3.126%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 18일에 비하면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넘어섰다는 점은 적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고유가가 물가를 끌어올리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 추락 이후 터키 리라화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연쇄 하락하고 있어 신흥국 경제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이은 악재로 인해 신흥국의 통화 위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지난 18일 기준 66.17로, 지난 4월 1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5.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빈 브룩스는 "수많은 신흥국 통화가 긴축 발작(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 있었던 2013년보다 훨씬 취약해졌다"며 "글로벌 금리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진 것으로, 경제 위기가 중남미를 넘어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확대되는 등 이번 통화 위기가 2013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마켓워치가 22일 보도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 기준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 환율은 4.63리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리라화 가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금리 등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추락을 거듭하면서 올해 초부터 약 15%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는 24.277페소로, 아르헨티나 통화 가치는 최근 6주 사이 20% 가까이 떨어졌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22% 곤두박칠친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달러당 14.201루피아까지 올라 통화 가치가 한 달 만에 4% 이락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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