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가난의 상징서 힐링푸드로 변신한 '보리'…효자작물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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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8-05-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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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김두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보리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된 작물로, 서민의 굶주림을 덜어주고 춘궁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곡식이다.

이전 해에 수확한 곡식이 바닥을 드러내 보리 수확만을 학수고대하던 5~6월을 ‘보릿고개’라 했고, ‘보리밥’은 서민층과 넉넉지 못한 살림을 대변했다.

그랬던 보리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힐링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다양한 영양성분을 갖춘 건강기능성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보리의 변신에는 흑색·자색·청색을 띤 색깔보리의 탄생이 한몫했다.

색깔보리에는 일반 보리에 함유된, 성인병과 암 예방에 좋은 △베타글루칸 △식이섬유 △비타민B △기능성 아미노산 등의 성분 외에도 항산화작용과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과적인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흑색보리 품종을 이용한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흑색보리와 커피를 일정비율로 섞은 보리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에 보리의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더해진 저카페인 커피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카페인 성분 때문에 마시기를 망설였던 임산부나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간 11조에 달하는 국내 커피시장에서 1%만이라도 보리가 대체재로 이용된다면, 생산자의 이익과 외화절감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흑색보리를 이용한 보리음료 판매도 상승세다. 국내 업체에서 개발한 흑색보리음료는 효과 빠른 갈증 해소와 체내 수분 보충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건강음료로 자리잡았다.

이 음료를 만드는 데 작년 한해 동안 150t의 보리가 소비됐으며, 지난 1월 한 달 판매량만 200만병에 이를 정도로 보리에 대한 인기가 뜨겁다.

커피와 음료에 사용되는 흑색보리는 모두 농촌진흥청에서 개발, 산업화를 추진하는 ‘흑누리’ 품종이다.

‘흑누리’에는 일반 보리에 비해 4배 이상의 안토시아닌이 함유돼 있고, 식이섬유도 1.5배 많다. 가공성도 좋아 커피·빵·국수·과자·음료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는 신통방통한 품종이다.

‘흑누리’를 비롯, 색깔보리로 만든 가공품의 경우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색깔과 기능성을 지녀 2016년 24t(6만 달러)이 수출된 바 있다. 올해 예상 수출물량은 25t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1000t이 유통됐고, 올해엔 그 물량이 1400t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농가와 가공업체, 유통업계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색보리뿐 아니라, 일반 보리에 싹을 틔운 새싹보리도 국민 건강식품으로 떠올랐다. 새싹보리는 싹이 15~20cm 정도 자란 어린 보리의 잎을 말한다.

△칼륨이 시금치의 2.1배 △칼슘은 우유의 4.5배 △비타민C는 레몬주스의 2.5배나 된다.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에 효과가 있는 폴리코사놀과 간 기능 개선 효과가 탁월한 사포나린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다.

보리의 변신은 비단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른 봄 가장 먼저 우리에게 푸르름을 선사하는 보리는 바쁜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보리밭에서 열리는 지역 청보리 축제는 삶의 여유와 함께 쉼표를 찍고 싶은 도시민의 발길을 이끈다. 보리가 몸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보리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최적의 원료보리 생산을 위한 품종개발 및 재배기술 확립 △용도별 생산단지 조성 △다양한 가공제품 개발 등이 이뤄질 경우 보리 농사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보리가 건강식품으로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국민건강도 책임지는 효자작물로 오래도록 자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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