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논란 대진단]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기록한 수출…"둔화 시작 vs 일시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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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5-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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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5월 수출 증가세 전환 '장담'…문제는 6월

  • 한국, 10대 수출국 중 증가율 1위→8위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던 수출이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수출 둔화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기저효과 등 일시적인 영향으로,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월에는 증가세 전환이 확실하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시적 현상이라도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제주체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반도체에 쏠린 수출품목 편중 현상 등 구조적 문제가 수출 둔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5월 수출 증가세 전환 '장담'···문제는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0억6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11월 이후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가 지난달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4월에 워낙 급증했던 탓에 수출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라며 "일시적인 영향으로 전반적인 수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 수출은 54억6000만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인도가 이뤄지고, 5월 초 장기 연휴에 대비한 수출물량이 몰리면서 전년 대비 23.8%나 증가했다. 올해 4월 수출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작년 실적이 워낙 좋아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기저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 선박을 제외한 4월 수출은 482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또 지난 3월 515억8000만 달러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정부는 5월 수출은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 확실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정부의 호언대로 5월 수출은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29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4.8% 늘었다. 올해 4월 1∼20일 일평균 수출액 증가율 4.9%에 비하면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한 셈이다.

문제는 6월이다. 6월의 경우, 마이너스를 기록한 4월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 수출액은 51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당시로선 역대 두 번째 기록이었다. 특히 이 기간 선박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인 73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 6월이 걱정되는 이유다. 선박 수주 잔량은 급감했고 기저효과도 만만찮다. 5월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돼도 6월엔 곧바로 마이너스로 바뀔 수 있다.

학계 관계자는 "일시적 현상일지라도 4월 수출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사실은 경제주체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며 "6월 수출 역시 기저효과로 감소세를 기록한다면 수출 둔화 우려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편중,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력 산업의 부진,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보면 수출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수출 제조업이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연 3% 경제성장률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10대 수출국 중 증가율 1위→8위로

지난해 압도적이던 수출 증가율도 올해는 시들하다. 세계무역기구(WTO) '월간 상품수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454억27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수출 규모가 가장 큰 10대 수출국 중 여덟 번째에 머물렀다.

10대 수출국 중 프랑스(20.2%), 벨기에(19.5%), 이탈리아(19.3%), 독일(18.8%), 네덜란드(18.6%), 중국(14.3%), 일본(10.2%)의 수출이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세계 교역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71개국의 평균 증가율인 13.8%보다도 낮았다.

이런 통계는 비록 1분기에 한정됐지만, 작년의 상승세와 대비된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은 15.8%로, 10대 수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주요 71개국의 수출 증가율인 10.0%보다도 크게 높았다.

작년 1분기 수출 증가율도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14.7%였다.

정부는 WTO 통계에서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유럽연합(EU) 주요국보다 낮은 이유가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때문이라며 환율 효과로 인해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을 직접 비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WTO가 유로 수출액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서 올해 1분기 수출액과 증감률이 EU 국가 중심으로 과다하게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설명대로 유럽을 비교에서 제외해도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중국, 일본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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