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여야 원내대표 간 드루킹 특검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을 18일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국회 정상화가 이뤄졌다. 다만 특검법 세부사항을 놓고 여전히 씨름 중이다.
국회는 혼란스러웠지만, 다소 유쾌한 상황도 발생했다. 정 의장의 뒤를 이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 소감으로 "얼굴이 크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 며 '자학개그'를 펼쳐 의원들을 '빵' 터트린 것. 이번주 국회 3컷이다.
◆ 또 점거농성…로텐더홀은 쉬고 싶다
14일 정 의장은 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했다. 이날은 사직서 처리의 데드라인이었다. 사직서 처리가 안 되면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나가는 전 의원들의 지역구는 내년 4월까지 국회의원을 갖지 못하게 되는 상황.
정 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소집했지만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의원 사직서를 처리하려면 드루킹 특검법 또한 함께 처리하자는 주장이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본회의 소집을 물리력으로 저지할 순 없다. 한국당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점거하며 저항했다.
민주평화당이 의원 사직서 처리에 동의하면서 가결 정족수가 확보됐다. 다만 민주당-평화당-정의당만 의원 사직서를 처리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행위. 추후 이어질 여야 협상에서 보수야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됐다. 정 의장 또한 임기 말에 여당 단독 본회의를 피하고 싶었다.
◆ 국회 정상화는 곧 공무원 '비상대기'
여야 원내대표들이 이날 밤까지 협상을 벌인 결과, 드루킹 특검법과 추경안을 18일 동시에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사직서 처리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개점 휴업' 상태였던 국회에 공무원들이 대거 국회 복도를 오가며 상임위 전체회의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야는 다만 합의한 날인 18일 오전까지도 특검법의 규모와 수사기간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검 모델로 민주당은 '내곡동 특검'을, 보수야권은 '최순실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내곡동 특검은 수사기간 30일, 최순실 특검은 70일이다. 특검보와 파견검사, 특별수사관 등 규모도 최순실 특검이 내곡동 특검보다 2배 가까이 크다.
정 의장의 임기가 오는 24일로 만료됨에 따라 원내 1당인 민주당은 16일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했다. 원내 1당이 의장을 맡는 관례상 민주당에서 선출되는 후보가 사실상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게 된다.
전반기 의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문희상 의원은 재수 끝에 의장으로 선출됐다. 67표를 얻어 47표를 얻은 박병석 의원을 20표차로 눌렀다.
호탕해보이는 외모 탓에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평가를 받는 문 의원은 당선 소감으로 유쾌한 장면을 연출했다.
"정치한 지 40년인데 그동안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벌이면서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생각이 든다"며 "애초에 얼굴 큰 사람 뽑자, 몸무게 많이 나가는 사람 뽑자 했으면 걱정을 덜했을 텐데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힌 것이다.
포용의 리더십에 특유의 친화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문 의원은 '여의도 포청천'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또 하나, 문 의원은 배우 이하늬씨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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