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일방적 핵포기 강요하면 북ㆍ미정상회담 재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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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숙 기자
입력 2018-05-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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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일방 연기 이어 북ㆍ미회담 협상카드로 활용

 북한이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가운데,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미군 F-22 랩터가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재고려'라는 강경 카드를 던지며 미국과 본격적인 기싸움에 나섰다. 

북한은 16일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를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지 재고려한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그런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갖고 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담화가 미국 정부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부상은 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를 비롯한 미국 고위관리들이 △선 핵포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폐기 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이라고도 지적했다.

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 대국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핵개발 초기단계이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세기의 핵 담판'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한 목소리가 줄을 잇자 이에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리비아를 모델로 한 일괄타결 방식을 거론하고 북한의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 부상은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용의를 표명했고, 이를 위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 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선결조건으로 된다는 데 대해 수차에 걸쳐 천명했다"며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화는 또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담화는 "(미국이) 지난 기간 조·미 대화가 진행될 때마다 볼턴과 같은 자들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던 과거사를 망각하고,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요 뭐요 하는 사이비 '우국지사'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 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 관계 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언급하는 과거사는 6자 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국무부 차관 시절이던 2003년 7월 서울 강연에서 "북한인 수십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고, 수백만명이 극도의 빈곤 속에 신음하고 있다. 북한인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악몽"이라고 묘사하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적인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북·미 핵협상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김 부상이 직접 나서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과정에 대한 미 행정부 인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지적한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이 정부나 외무성 등의 담화가 아닌 김계관 제1부상을 담화의 주체로 내세운 것은 최근 미국 쪽에서 볼턴 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격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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