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태의 창업악셀] K-뷰티의 틈새시장 공략한 ‘칵테일 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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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8-05-1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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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문턱을 넘어 데스밸리를 극복하기 위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전개 노하우 고찰

  • 와이컨셉, '칵테일 샤워' 제품 통한 K-뷰티 영역의 틈새시장 공략

  • '즐겁게 샤워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비즈모델 착안, 고객 분석 통한 상품군 개발

  • 차별화된 '향 플랫폼' 준비하며 고객 관리 및 서비스 발굴, 경쟁력 확보에 팔 걷어

악셀(axel). 피겨스케이팅에서 선수가 전진하다 점프해 공중에서 한바퀴 반을 회전하고 안정적으로 착지하는 기술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초기 창업을 시작해 도약기를 거쳐 안정기를 맞길 원한다. 일부는 엑시트(exit·탈출) 전략으로 기업을 팔기도 한다. 이 과정을 보면, 마치 악셀 기술을 보여줬던 김연아의 모습이 연상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의 초점은 일자리에 집중됐다.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여기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혁신성장이라는 촉매제가 추가됐다. 촉매제 속엔 일자리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업을 만드는 일, 바로 창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정부의 바람대로 창업에 뛰어드는 예비기업가들이 상당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창업에 실패한다. 린스타트업머신 대표인 트레버 오웬스는 “100개 중 98개의 스타트업은 실패에 직면한다”면서 창업의 어려움을 말한다. 창업이 오히려 절망처럼 인식될 수 있다.

창업해서 1차 투자를 받더라도 또 다른 고비인 데스 밸리(Death Valley)가 찾아온다. 우리나라 벤처 창업기업 중 60% 정도가 3년 안에 폐업을 한다. 국내 창업생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한다.

다만,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액셀러레이터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본격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목표는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단, 벤처캐피털(VC)의 더 큰 투자나 대기업과의 협력에 있다. 그야말로 올림픽 금메달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악셀 기술을 착실히 연습해 스타트업이 쓰러지지 않고 내려앉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을 막연히 소개하기보다는 그들의 스토리 속에서 또 다른 스타트업들이 완벽하게 악셀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본 연재도 눈높이를 맞추고자 한다.<편집자 주>
 

K-뷰티에 쏠린 눈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제품 상담을 받고 있다. 2018.5.9 seephoto@yna.co.kr/2018-05-09 14:27:49/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한 K-뷰티 시장

한류(韓流)가 대중문화에서 이제는 뷰티, 먹거리, e-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화장품기업인 로레알에 5000억원에 100% 지분 인수된 ‘스타일 난다’ 의 성공사례는 한류의 대표선수로서, K-뷰티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한국의 뷰티 시장 규모가 전세계 9위권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뷰티 시장규모는 지난해 125억6000만 달러(약 13조5635억원) 수준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 860억7090만 달러(약 92조9600억원)으로 1위 시장이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연 9%대의 성장률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K-뷰티 영역이 레드오션 시장으로 변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업계는 K-뷰티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우선 시장 진입이 쉽다는 측면에서 우후죽순 스타트업들이 K-뷰티 시장으로 뛰어든다.

업계에서는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OEM) 업체의 성장 △화장품법 제조판매관리자 자격 기준 완화 등으로 화장품 사업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장 문턱이 낮아졌다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업계에서는 신규 업체의 성공 확률을 한 자릿수 대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력을 담보하는 기술력을 갖추는 동시에 △디자인 △기획력 △마케팅 △유통망 확보 등 구축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낮은 시장 문턱만을 생각하고 진입했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라는 얘기다.
 
 인터뷰 영상 제공=앙트러프러너 
  
◇‘즐거운 샤워를 상상하다’

포화상태의 K-뷰티 시장 속에서 새로운 틈새 시장을 찾은 스타트업도 있다. 와이컨셉(Y CONCEPT)이라는 스타트업의 경우, 샤워라는 생활 속의 행위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윤재영 와이컨셉 대표는 문득, 샤워를 하기 전에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샤워를 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기보다는 즐거워지면 어떨까라는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됐다는 것.

'어떻게 하면 즐거운 샤워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윤 대표는 우연찮게 찾은 칵테일 바에서 '파티 같은 샤워를 하면 즐겁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한다.

원하는 맛과 향, 색을 그때마다 섞어서 새로운 음료를 만들어내는 칵테일처럼, 샤워를 할 때 같은 느낌이 들 수 있는 바디워시를 만들면 좋겠다는 콘셉트를 얻게 됐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자칫 고객을 귀찮게 할 수 있는 DIY콘셉트

K-뷰티 스타트업인 와이컨셉은 칵테일 샤워라는 콘셉트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고객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중에는 좋아하는 향수의 향이 바디워시에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상당부분 조사됐다고 한다.

와이컨셉이 찾아낸 초기사업모델은 DIY(Do It Yourself) 컨셉이다. 원하는 취향대로 섞어 마실 수 있는 칵테일과 같은 DIY 바디워시가 초기에 와이컨셉이 착안한 모델이다.
 
그러나 DIY 바디워시가 오히려 소비자들을 더 귀찮게 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와이컨셉이 200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0여 명은 DIY가 귀찮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신기해서 써본다는 응답은 70여명, 30명 정도가 무조건 쓴다는 응답이었다고 한다.

와이컨셉의 초기 칵테일 샤워 비즈니스모델이 큰 변화를 갖게 된 데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게 주효했다. 흔히 창업시장에서 얘기하는 피봇(Pivot·방향 전환) 과정이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 서비스를 전환시키는 요소로 손꼽힌다.

와이컨셉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DIY 개발은 늦추고 일반 일체형 바디워시 4종을 먼저 출시했다. DIY를 통한 다양한 향의 결합은 아직 소비자의 인식보다는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렇다보니 일체형 바디워시를 통해 칵테일 샤워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시장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게 와이컨셉의 판단이다.

다만, 와이컨셉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소비자에게 향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물론, 추천된 향을 직접 맡아보고 만들어볼 수 있는 ‘향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멀리 본다면, 칵테일 샤워의 DIY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진다. 인공지능(AI)까지 가미된 ‘향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 프로필을 토대로 추천을 해주고 내부 조향사들이 다시 향을 추천해주면서 AI의 객관성과 조향사의 감성이 조합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향수, 바디워시, 미스트 등을 원하는 취향대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향후 칵테일 샤워의 진화된 모습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향, 둘째는 탄탄한 유통시스템

와이컨셉의 최대 강점은 바로 향에 있다. 일반 바디워시보다 좋은 향이 샤워 후에도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공을 기울여왔다는 게 와이컨셉의 설명이다.

여기에 추가로 △건성 △지성 △민감성으로 분리된 성분 역시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에겐 호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면까지 충촉시켜준다. 타사의 바디워시 디자인과 다르게 잔 모양이 투명하게 돼 내용물뿐만 아니라 뒷면의 이미지가 함께 보이다보니 눈에 잘 띈다.

스타트업이다보니 투자자들의 입맛도 맞춰야 한다. 와이컨셉은 ‘향 플랫폼’을 통한 고객의 성향 분석과 새로운 서비스 전개 등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뷰티용품 제조업체가 아닌, 고객에 더 가깝게 다가선 ‘향 플랫폼’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이 와이컨셉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뒷받침이 될 수 있도록 유통 시스템 마련에도 심혈을 기울인다는 게 윤재영 대표의 설명이기도 하다.

와이컨셉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수십 가지에 유통망이 있는 상황에서 현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H&B 숍을 선택했다. H&B 숍은 올리브영과 같은 헬스앤뷰티 매장을 말한다. 

이 가운데 GS리테일에 인수돼 전국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랄라블라'(lalavla)가 와이컨셉이 선택한 유통라인이다. 랄라블라(옛 왓슨스)는 현재 191개 전국 매장을 두고 있지만 올해 안에 300여개 매장으로 외연을 키워나가는 H&B 매장 브랜드다.

◇플랫폼과 주력 키워드가 '향'에 집중되다

와이컨셉은 기존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있다. '향 플랫폼'은 기존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키울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잠재고객에 대한 호기심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향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제품 이외의 서비스가 투자자들에게도 비즈니스모델의 매력 포인트로 부각될 것이라는 게 액셀러레이터기업의 평가다.

와이컨셉은 향이라는 키워드에 주력하고 있다. K-뷰티 시장의 다양한 상품군이 있지만 향을 선두로 하는 상품라인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쌓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액셀러레이터들 사이에서도 플랫폼을 둔 회사의 비전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스타트업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유사 제품, 흔히 '짝퉁 제품'에 대한 대응력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손꼽는다.

차별화된 플랫폼 구축을 통한 고객 관리와 특화된 서비스 발굴이 향후 와이컨셉의 경쟁력 확보에도 힘을 보태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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