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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에 신흥국 자금 썰물 ..'2013년 악몽' 되풀이?

윤은숙 기자입력 : 2018-05-16 03:01수정 : 2018-05-16 03:01
 
 

아르헨티나 페소화 폭락세 재연…IMF, 18일 금융지원 논의 (부에노스아이레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환전소 전광판에 미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이 표시돼 있다. 페소화 가치가 이날 오전 한때 전날보다 6.6% 하락한 달러당 25.20페소에 거래되며 폭락세가 재연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18일 비공식 이사회를 열어 아르헨티나의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의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제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미국으로 몰려갈 경우 글로벌 외환과 주식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금리인상 압력 높아져··· "2013년 악몽 다시 올까?"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다음 달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75∼2.00%로 0.25% 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100%로 내다봤다. 

지난 2일 연준이 발표한 성명에서 물가상승 목표 달성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하면서 금리인상은 확실시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 이어 미 행정부의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까지 점쳐지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금리인상은 신흥국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 신흥국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등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통화인 페소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40%까지 인상했는데도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나오면서 불안은 배가되는 모양새다. 

신흥국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긴축을 시사하자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가며 긴축발작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최근 급격하게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2013년의 상황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달러 강세가 위기의 주범··· "신흥국에 대한 신뢰 계속돼야" 

최근 자금 이동의 가장 큰 원인은 강달러다. 지난 18개월 동안 약세를 보이던 달러는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1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신흥국시장 통화 인덱스는 6%가 하락했다. 유로화와 일본 엔화 등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특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등 경상수지 적자에서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 이 같은 상황에 더 취약하다. 이들 국가는 2013년 긴축발작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각국의 내부적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터키의 정치적 불안, 러시아의 경제제재, 아르헨티나의 고물가 등은 부채 상환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더했다. 그러나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중국, 태국 등의 통화 변동성은 적었다.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담당 전략가인 타이 후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 대한 믿음을 버려서는 안 되며, 위험 요소와 수익률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에서 2018년 신흥국 시장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이는 2019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많은 국가의 경제는 자금 유출을 막을 정도로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상수지 적자의 규모나 외환보유 상황이 과거보다는 양호한 상황이라고 후이는 지적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는 신흥국의 최근 경상수지는 5년 전보다 적자 규모가 줄거나 흑자로 돌아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변동환율제 도입과 충분한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적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많은 신흥국이 과거보다 자금 유출의 충격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아르헨티나와 구제금융 문제를 오는 18일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날 IMF는 성명에서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이번 협의를 빠르게 결론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이번 주말 협의는 "IMF 프로그램 협상에 관해 이사회에 설명하는 일상적인 절차 중 하나이며 비공식 만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발 통화위기에 대해 한국 금웅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취임 후 첫 간부회의에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은 원화 가치나 CDS 프리미엄이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신흥국 불안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취약 신흥국의 현황과 금융회사 익스포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 여파가 다른 신흥국가보다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시차를 두고 찾아올 수 있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돼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이자를 높게 올려주는데도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데 있다”며 “그만큼 통화 안정성이 낮아지면서 글로벌 자금이 아르헨티나를 떠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역시 취약점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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