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포커스] 창과 방패의 싸움, 누가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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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05-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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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중 양국간 2라운드 통상협상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트를 통해 중국 ZTE(중싱·中興 통신) 제재 완화를 지시하면서 중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가시화 되는 듯하다가,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이다.

공격하는 미국과 방어하는 중국의 힘겨루기가 숨 가빠 보인다. 이러한 창(미국)과 방패(중국)의 싸움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은 공격자이고, 중국은 수비자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격자의 속내를 아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번 ZTE 제재 완화도 예견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ZTE 제재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단지 더 큰 경제적 효용을 얻기 위한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먼저 소란을 피운 다음 서쪽을 공격한다는 뜻으로, 주된 목표의 반대쪽을 먼저 치는 공격 전술)식 협상방법이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귀결된다.

첫째, 미국 국내 정치용으로 지지율 상승을 위한 차이나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율 상승을 위한 정치적 레토릭이 필요한 시점에서 막대한 미·중 간 무역적자 금액을 줄이는 만큼 미국인들에게 먹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작년 미국의 대중국 적자액만 보더라도 3,750억 달러로, 미국 전체 무역 적자의 65%를 차지한다.

지난 베이징 1차 협상에서 미국은 대미 무역적자를 오는 2020년까지 최소 2000억 달러 줄이도록 수입을 더욱 확대하고 모든 서비스와 농업 부문을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사실 중국이 이런 요구사항을 바로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미국도 안다. 미국은 워싱턴 2차 협상에서 중국이 가져오는 선물 보따리 내용과 부피에 따라 다음 해법을 구상할 것이다.

둘째, 중국굴기(中國崛起)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역적자 해소보다 중국굴기 방어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아닌 이노베이티드 차이나(Innovated China)로 변모하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중무역 분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산 반도체 수입량 증가를 제안했지만, 미국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분위기이다.

미국 입장에서 대중국 수출 상위 4개 품목(비행기·대두·자동차·반도체) 중 하나인 반도체 수출이 단기적으로는 증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최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반도체산업에 투자해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20%에서 최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미국 반도체 수출량 증가보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원천적으로 막지 않으면 결국 미중간 경제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들고 나온 또 다른 협상카드가 바로 중국 첨단기술에 부과하는 보조금을 폐지하라는 것이다. 결국 중국정부가 2025년까지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제조업 강국으로 가기 위해 제시한 “중국제조 2025”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으로 스마트 공정 및 제조업 혁신공정 등 5대 중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신소재·항공기술·신재생에너지·차세대 정보기술 등 10대 핵심 산업을 정부가 직접 육성하여 2025년까지 제조대국이 아닌 제조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수비자인 시진핑 주석의 속내는 무엇일까? 미국을 지속적으로 달래면서 명분과 이익을 챙기는 실리적 경제통상외교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방미 길에 오르는 류허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첨단기술 수출제한 조치 및 중국투자 규제 완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방침 철회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확대를 약속하겠지만,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인위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2차 미중간 통상협상은 류허 경제부총리의 미국 달래기용 선물 보따리에 달렸지만, 결론적으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확대 규모를 점차 늘리면서 지루한 미·중 간 통상협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기업 제재 등의 미국 협상카드 만큼이나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보복 카드도 적지 않다. 대두, 비행기, 첨단부품 등 미국산 제품 수입금지, 미국국채 매도, 중국내 미국기업에 대한 제재 등 매우 다양하다. 미·중 간 통상 분쟁은 결국 양국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자기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미·중 간의 이러한 적과의 동침은 2010년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면서부터 지속되어 왔다. 단지 트럼프라는 비즈니스 대통령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더욱 가시화 되었을 뿐이다. 결국 미중양국은 프레너미(Frenemy; friend와 enemy의 합성어) 관계로 향후 지속적인 밀당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이러한 미·중 간 줄다리기식 협상 프레임에 한국은 절대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미중 양국에 토사구팽(兔死狗烹) 당하지 않기 위한 독자적인 기술역량과 미래성장 동력을 빨리 찾아내는 속도와 방향에 달려 있다.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반도체 비즈니스는 한국을 빼고 애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미중간 통상 분쟁에 대비한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면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시장 집적화와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고, 지금의 중간재 제품 중심의 수출구조에서 소비재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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