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쇄국' 안 풀면 중국에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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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5-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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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본지 인터뷰

  • 中 빅데이터·AI 발전속도 엄청나, 미국도 경계

  • 공산당 중심 민·관·학 공동 보조, 효율성 높아

  • 디지털 인재 100만 육성, 中 시장 뛰어들어야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이 지난 10일 중국 칭화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교문을 나서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중국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경쟁력은 미국도 두려워 할 정도다. 두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핵심 인재 육성이 시급한데···."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은 빅데이터·AI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가 2000년 설립한 빅데이터 전문 벤처기업 TIM을 세계 3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독일 SAP가 거액을 들여 인수한 일화는 아직도 학계와 업계에 널리 회자된다.

최근 차 원장은 중국을 자주 방문한다. 중국과학원과 칭화대, 푸단대 등 중국 내 유명 교육·연구기관으로부터 강연과 협업 요청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본지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그는 중국과학원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를 떴다.

중국의 빅데이터·AI 산업 발전상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차 원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빅데이터와 AI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모든 산업과 학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동안 미국이 해당 분야의 발전을 주도했지만 이제 중국의 추격을 경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차 원장은 중국의 빅데이터·AI 기술 발전을 이끄는 주요 변수로 유연성과 속도를 꼽았다.

그는 "한 중국 기업이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부의 기상 데이터 등에 바로 접속하더라. 이를 빅데이터 플랫폼에 적용해 단기간 내에 실시간 예측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학계와 민간 기업 차원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상업화하는데 당국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차 원장은 "미국과 한국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제기될 사안들이 중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기도 한다"면서도 "중국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다들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치판단을 논하는 게 무의미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막강한 자금력도 중국이 지닌 무기 중 하나다. 그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에서 일하던 엔지니어가 은퇴 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컨설팅 자문을 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미국이 제동을 걸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원장이 가장 눈여겨 본 대목은 중국의 인재 욕심이다. 알리바바의 다모위안(达摩院·달마원)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150억 달러(약 16조원)를 투자해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에 AI연구소를 설립하고 세계적 수준의 과학자와 기술자 100명 이상을 채용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고급 인재가 중국에 정착할 경우 정부가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차 원장은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인재 영입을 강조하고 있다"며 "공산당을 중심으로 민·관·학이 한몸처럼 움직이며 산업 발전을 이끄는 구조가 막강하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차 원장은 국내로 눈을 돌릴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그는 "한국이 중국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자전하려면 그에 걸맞은 질량과 속도를 갖춰야 한다"며 기본적인 물리 법칙에 빗대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 원장은 디지털 핵심 인재 100만명 육성론의 주창자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결국 사람이 경쟁력"이라며 "매년 수천~수만명씩 디지털 인재를 키워낼 경우 시간이 쌓이면 핵심 인재 100만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차 원장은 "한국의 리더들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기존에 잘하던 영역에만 투자를 하고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꺼린다"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조선 말기 '쇄국 정책'과 비슷한 행태를 유지한다면 결국 중국에 먹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네이버가 홍콩과학기술대와 AI 연구소를 공동 설립키로 한 사례를 언급하며 "해외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그만큼 국내에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이미 세계 일류인) 메모리 반도체만 붙잡고 있는 식의 폐쇄성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빅데이터·AI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도 중요하다.

차 원장은 "우리가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가 남아있을 때 중국 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한국 기업에는 경계심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학을 앞세워 중국 내 교두보를 만들고 현지 창업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저항감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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