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前행장 실형 확정…반복되는 '産銀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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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5-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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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이후 3년 임기 채운 회장 全無

  • 강만수 직권남용·정건용 뇌물수수 등

  • 대부분 검찰조사·구속 등 불명예 퇴진

  • 정책금융·기업 구조조정 역할 실종

[산업은행 ]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 정책금융의 대표'인 산업은행 수장의 ‘흑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산업은행 회장(과거 총재)은 기업구조조정과 회생기업 지원 등 국책금융을 총괄한다. 그러나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측근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경우가 적지 않다. 그 흑역사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산업은행 회장 3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인물은 단 한명도 없다. 2000년대 이후 9명의 수장 가운데 이동걸 현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이 검찰조사를 받거나 법정구속되는 등 불명예 퇴진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1일 대법원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에게 징역 5년 2개월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4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던 2009년 12월 지인이 운영하던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해조류 에탄올 플랜트 사업’ 부문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도록 당시 지식경제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강 전 회장의 압력으로 바이올시스템즈는 정부지원금 약 67억원이 지원되는 국책과제업체로 선정됐다.

그는 회장으로 재직하던 2011∼2012년에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바이올시스템즈에 44억원을 투자하게 한 혐의도 있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에는 당시 고재호 대우조선 사장과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에게 국회의원 후원금 2800여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바이올시스템즈에 정부 지원을 하도록 한 혐의만 유죄로 봤다. 그러나 2심은 남 전 사장에 가한 투자압력 행사 및 국회의원 후원금 집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강 전 회장에 징역 5년 2개월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40만원을 선고했다.

산업은행 수장이 구속된 사례는 강 전 회장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산업은행 수장은 대부분 정권의 낙하산, 보은 인사로 채워지면서 무수한 불명예 사례를 남겼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은행 총재로 임명된 이근영 전 총재는 정치적 논란과 각종 검찰 수사로 퇴진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이 전 총재는 현대상선 불법대출과 관련된 ‘대북송금 의혹사건’으로 2003년 구속기소됐다. 이후 그는 현대그룹에 5500억원의 불법대출을 승인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북 퍼주기 정책으로 '노벨상 평화상을 돈 주고 샀다'는 정치권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뒤이어 취임한 재정경제부 출신 엄낙용 전 총재는 대우자동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하다가 '대북송금 사건'을 둘러싼 평가를 놓고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며 임기 8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2001년 취임한 31대 정건용 총재는 금융브로커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결과 정 총재는 미화 1만 달러를 받고 산은이 발주하는 각종 컨설팅 업무를 특정 회사에 맡긴 혐의가 드러났고, 이 사건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937만원을 선고받았다.

제33대 김창록 산은 총재 역시 변양균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요청에 따라 내연녀 신정아씨가 일하는 성곡미술관을 부당하게 후원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산업은 회장에 오른 민유성 34대 총재는 당시 숙원이던 ‘민영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는 당시 산업은행 총재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온 ‘모피아(관료+마피아)’ 출신과는 달리 모건스탠리, 리먼브러더스를 거친 민간(투자은행) 출신이다. 산은 회장이 된 후 정책금융기능을 정책금융공사로 이관하고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번번이 물의만 빚고 퇴진했다.

이후 그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과정에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구속기소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도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당해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학자 출신인 그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경제 자문을 한 인연으로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홍 회장은 당시 조선·해운·철강을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조정 수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임명 등에 집중해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부실 처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는 돌출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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