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글로벌 전자大戰 ②] 중국發 디스플레이·반도체 굴기에 韓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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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기자
입력 2018-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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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CD 공급과잉…LGD 6년만에 적자전환ㆍ삼성D 영업익 68% 급감

  • 中정부 '반도체 국산화'…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초격차 전략' 맞서

*편집자 주: 국내 수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업계가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후발업체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며 힘든 사투를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세계 전자업계 지형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대응 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제공]
 

중국의 공세로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몇 년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중국의 디스플레이·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국내 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절대강자였던 삼성과 LG가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반도체 부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도 프리미엄 전략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 中 공급 과잉···韓 디스플레이 수익성 ‘뚝’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1년 만에 '실적 쇼크'에 빠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5조6753억원의 매출과 9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한 것이다.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감소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수익성 악화는 삼성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매출 7조5400억원, 영업이익 4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매출은 2500억원(3.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8830억원(68.3%)이나 급감했다.

문제는 당분간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중국 BOE는 최근 허페이(合肥)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HKC, AUO, 이노룩스 등 다른 중화권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지난해 말부터 8세대 LCD 공장을 신규 건립하고 생산량 증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LCD 가격 하락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LCD 패널 평균가격은 지난해 1월 210달러로 최고가를 찍은 후 올해 1월 160달러까지 24%가량 떨어졌다. 부진 여파는 올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LCD 평균 거래 가격은 144달러로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LCD 공급 증가 예상에 따라 세트 업체가 보수적인 구매 전략으로 선회해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 LCD 업체들은 대규모 물량과 저가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하이센스 등 세계 브랜드에 LC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매출 구조상 중국의 저가 LCD 공급에 의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LCD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그 비중이 30% 정도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중국발 LCD 공급 과잉 초입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의 LCD 사업 출구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디스플레이업계는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TV용 대형 OLED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BOE, CSOT, CEC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에 이어 OLED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원에 따르면 주요 업체의 투자계획을 고려할 때 중국은 2022년에 총 1400만㎡가량의 OLED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국내 업체 대비 중소형은 60%, 대형은 20% 수준에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 中 정부 주도 투자···韓 반도체 위협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켓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각각 45.0%와 28.1%로 국내 기업이 무려 73.1%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超)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코리아’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이 정부 주도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앞으로 힘겨운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2014년 1390억 위안(약 23조5000억원) 규모인 1차 펀드보다 두 배 이상 큰 3000억 위안(약 50조8000억원) 규모 신규 반도체 투자 펀드를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연간 2000억 달러가 넘는 반도체 수입액을 대폭 줄이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정부의 투자에 힘입은 중국 국영 기업들이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 디스플레이 산업처럼 공급 과잉으로 인한 판매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호황으로 지난 1분기 나란히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도 저가경쟁에 나서야 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수출 한국을 견인해온 주력 산업이 중국의 ‘굴기’에 의해 급격한 부침을 겪고 있다”며 “반도체 시장에서도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에 기술유출을 막고 적기 투자를 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4~5년 이상 앞선 기술력과 선제 투자로 '초격차 전략'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시설투자에 8조6000억원을 투입했는데, 반도체 부문에만 7조2000억원(84%가량)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5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조립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천공장 내 LCD 생산라인을 반도체 후공정 시설로 전환하는 것으로 미세공정 확대와 시장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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