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식 개혁개방 이미 시작…집권 후 시장통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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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8-05-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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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한반도의 봄을 위한 평화정착, 어떻게 가야 하나' 특별대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 스튜디오에서 '한반도의 봄을 위한 평화정착'이라는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영희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박사), 곽인옥 숙명여대 연구교수(북한 평양지역 연구전문가), 김태균 아주경제 정치경제부장,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아얼학회 고급연구위원.[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영희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 곽인옥 숙명여대 연구교수,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은 4일 서울 광화문 아주경제 본사에서 진행된 '한반도의 봄을 위한 평화정착'이라는 주제의 특별대담에서 화해 무드에 돌입한 한반도의 경제협력 방향 등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내렸다. 

▲남북에 '1국가 2체제'로, 두개의 정치체제지만 하나의 단일 경제권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영희 팀장=2000년 정상회담에서 북한에서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한국의 연합제가 합의됐다. 현시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항구적인 평화구축 정책을 진행하다가, 자연스럽게 통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연합제의 경우, 외교 및 국방을 남북이 공동으로 한다. 특히 국방을 남북이 하나로 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핵을 내놓고, 무장해제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통일전까지는 북한도 한 개의 국가여서, 국방력이 필요하다. 남북 간 긴장없이 잘 지낸다고 해도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국가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

모든 나라가 왜 국방에 투자해 국방력 키우겠나. 북한은 핵무기 개발때문에 탱크 등 재래식 무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북한이 무장해제를 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한다고 해도 주변국을 의식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함께 지켜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상순 원장=남북을 포함한 한반도와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역지사지로 북한이 무장해제됐을 때 그들에게 무엇을 보장할지 고민해야 한다.

대안 중 하나가 한반도와 미국 간 군사동맹이다. 구체적으로 원산에 미군기지를 세울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위협을 주는 것 같지만, 거꾸로 말하면 인질이 되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이 주장한 대로 대동강변에 트럼프빌딩을 세우고 맥도날드를 입점시키는 등 투자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해주에는 미국이 투자해 글로벌 개발특구를 세우고, 비무장지대는 완전 비무장화와 함께 글로벌 평화공원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그런 정도면 북한도 '안정성을 보장받는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김영희 팀장=북한 입장에서는 무장해제에 대한 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미군이 원산에 주둔하는 등의 식으로 확실한 담보가 이뤄지면 이를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또 북한 입장에서 제네바 합의를 생각해보면, 1994년 전까지 미국은 함께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로 취급했다. 미국과는 '지구상 하나의 하늘아래 같이 살 수 없다'고 생각했고, 북한 주민들은 그렇게 교육받아 왔다.

그런데 1992년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해 주겠다', '1년에 석유 50만t씩을 준다'고 했다. 경수로 건설은 2002년에 끝나는 걸로 돼 있었다.

당시 북한 중앙당 선전선동부 간부들이 각 도마다 내려가 "2002년에는 미국하고 결혼한다"고 강의했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한다는 걸 의미한 것이다.

당시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야'하고 의아함을 가졌다가 나중에 이해하기 시작했다. '북한 정부가 미국하고 친하게 지내서 경제발전을 이루고 싶어하는 구나'라고 납득하게 됐다.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상황을 알아봐야 할 거 같은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남북 정상회담에서 '민족의 미래를 위해 자원을 남겨놨다'고 표현했다. 남북경협이 이뤄질 경우 윈윈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김영희 팀장=북한에서 자원은 '국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중국에 석탄·광물자원을 헐값에 팔았다.

달러는 필요하고 북한에 경제난이 가중된 상태였다. 가공제품 생산이 안 되니,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게 너무 아까운 거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도 "어떻게 하면 2차, 3차 가공해 가치를 높여 팔까"를 항상 고민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중국에 50년간 자원 개발권을 주고, 수산자원의 경우에도 어업권을 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부터 개발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원이 계속 헐값에 나간 것이다. 특히 판매한 돈은 경제에 쓰이지 않고, 인민군의 군정경제에만 집행됐다.

당시 자원은 인민무력부가 내다 판 것이기 때문이다. 장성택을 처형할 때 포함된 항목 중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나라의 자원을 헐값에 팔았다는 것이다.

처형에는 기본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지만, 자원 헐값매각도 아까웠을 것이다. 그 자원이 나중에 2배, 3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민족끼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아직도 민족주의가 강하다. 한국은 다문화 개념이 많이 생겼지만, 북한에서는 한민족을 '한 식솔'이라고 표현한다.

'형 주머니에서 동생 주머니로 가도 내 주머니 속'이라고 본다. 후세에게 부끄럽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통일이 안되서 땅 속 밑에 있는 자원을 못 꺼낸다 해도 후세들이 그것으로 잘살게 된다면 그만한 것이 없다고 여긴다.

-곽인옥 교수=실물경제 측면에서 남한과 평양을 비교하면 1980년대, 특히 88올림픽 바로 직전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방은 우리의 1960년대말 또는 1970년대초 정도로 보면 된다.

평양을 7년 정도 연구했는데 북한은 건물이나 외면에 공을 들인다. 건물 하나를 짓더라도 혼을 집어넣은 것처럼 멋있게 짓는다. 북한은 계획경제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을 철저하게 한다.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북한이 굉장히 힘든 건 전력사정이다. 평양은 24시간 들어오지만, 딴 곳은 전기가 5~6시간정도 밖에 안 들어온다.

남북 경협이라던지 윈윈가능한 경제협력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할 게 북한 동포에게 전력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11개의 원자력 발전소만 세우면 완벽하게 끝난다고 한다. 공장 돌릴때도 전기가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전력이 가장 급선무다.
 
또 북한의 무역회사과 시장을 연구했다. 2012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은 한번도 시장을 통제한 적이 없다.

그만큼 시장이 활성화됐다. 실제 북한에도 우리 대기업과 같은 큰 규모의 무역회사가 있다. 또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거의 2만개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다.

저는 이것을 '시장경제의 싹'이라고 본다. 남북경협이 이뤄지면 남북 민간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김영희 팀장=북한이 건물이나 아파트 등은 최고로 짓는다. 그런데 건물 시공 개수에 제한을 두는 이유가 있다.

북한에는 미래지향적인 슬로건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오늘을 위한 오늘을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살자'는 것이다. 이는 내일을 바라보며 먼 훗날에도 손색없게 후손을 위해 남기자는 의미다.

또 다른 하나는 '내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봐라'는 슬로건이 있다. 딴 곳으로 도망가지 말고, 땅에 발을 붙이고 세계가 발전하는 기준에 맞춰서 가야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계획경제여서 전체적인 방향이나 틀을 그리지만, 당장 급하고 배고픈데 오늘 먹고 끝낼 수도 있지 않나. 그러나 북한은 배고파도 내일을 위해 종자를 남기자는 생각이 강하다.

-곽인옥 교수=북한도 이제는 식량지원과 같은 것들은 별로 원하지 않는다. 결국 원하는 것은 비즈니스 경제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북한도 어느 정도 먹고 사는데, 쌀이나 밀가루 같은 것을 받자는 것이 아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북한에는 명태가 잘 난다. 또 오징어(북한명:낙지), 이면수도 있고 털게도 있고 수산물도 굉장히 풍족하다.

그런데 북한 어선 중에 목선이 많다. 반면 남한은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소가 있다. 그런 부분에서 북한을 도와줄 경우, 북한의 수산물 생산량이 증가되고, 그 농수산물이 우리에게 와서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 

-김상순 원장=문재인 정부 들어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신북방정책, 또하나는 한반도신경제지도다. 두 분 말씀하신 것이 이 안에 다 포함됐다.

특히 전력문제와 관련, 동북아슈퍼그리드 정책이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국이 전기전력을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러시아가 보유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몽골의 경우, 풍력 태양력 발전을 통해 면적은 넓은데, 인구는 적어 친환경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 전력이 동북삼성을 거쳐 일본과 남한, 러시아까지 거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섬나라와 비슷하게 갇혀 있는 경우다.

수퍼그리드 프로젝트로 중국 산동에서 해저 케이블로 전력선을 한국으로 들여 올 수도 있다. 현재 각국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담당부서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주 사업 중 하나가 이것이다.

이것이 좀더 넓어지면 중국 남부지역까지 간다. 동아시아 전체, 동북·동남아시에서 인도까지 이어지는 대전력 네트워크망이 생긴다. 이게 슈퍼그리드다. 중국·한국·일을 돌아 다시 러시아를 돌아오는 가운데 북한은 빠져 있었다.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과정 중에 나인브릿지(9-Bridge: 9개 다리) 사업이 있다.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산업단지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의 북방경제협력이 나인브릿지다. 이 중 최우선 사업으로 먼저 할 수 있다고 본 것이 전력사업인 슈퍼그리드다.

남북이 화해무드를 이루고 평화협상 및 남북경협이 잘될 경우, 진행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신경제지도다.

이는 남·북을 종횡축으로 연결시키는 사업이다. 환동해권, 환서해권, 나아가 한반도 전체로 연결하면 교통물류의 'H형'이 된다. 이때 나온 게 한반도신경제지도다.

동해는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자원벨트로, 서해는 중국을 중심으로 산업교통물류벨트로 부른다. 또 남과 북의 중간인 비무장지대를 연결하는 건 환경관광벨트라고 한다. 이 3가지 벨트를 연결하는 것이 한반도신경제지도다.

3가지의 공통점은 교통물류에 있고, 이는 결국 소통이라는 의미다. 지상으로는 고속도로·고속철이 연결되고, 지하로는 통신과 가스망이 구축된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경협문제가 해결되면 농업·수산 분야는 물론, 북한이 보유한 ICT 기술이나 여러 자원을 공동으로 쓸 수있다.

최근 아주경제신문에에서도 보도했지만, 통일될 경우 2050년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8만 달러대를 넘어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희망적인 비전을 갖고 가도 된다. 이 대담에서는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이 갖고 있는 열정과 의지,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신경제지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새로 보완해야 한다. 신북방정책의 성공을 위해 북한의 참여가 중요하다.

따라서 업그레이드된 한반도신경제지도 버전2, 신북방정책 버전2가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화해 무두를 타고 북한과 세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관련 부처간, 국책연구기관간, 싱크탱크 학자간, 언론간에 북한과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주변국과 상관없이 실질적인 한반도만의 비전을 가져야 한다. 이후 주변국에 대한 설득과 함께 세로운 한반도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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