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로 대주주 잇속만 챙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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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8-05-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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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벤처펀드로 대주주만 잇속을 챙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벤처펀드 자금이 전환사채(CB)로만 들어가고 있어서다. 과거부터 적지 않은 상장법인 대주주가 CB에 매수청구권(콜옵션)을 붙여 손쉽게 지분을 불려왔다.

◆비정상적인 콜옵션 행사 비율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코스닥 상장사인 엠플러스는 4월 26일 200억원 규모로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콜옵션은 발행액 50% 수준까지 행사할 수 있다. 자금은 브레인자산운용과 씨스퀘어자산운용, 포커스자산운용에서 설정한 코스닥 벤처펀드로 조달하기로 했다.

콜옵션은 전환사채를 사들인 투자자에게 일정 수량을 되팔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으로 되찾아온 주식을 싼값에 팔아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코넥스에 상장한 에프앤가이드도 4월 들어 6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비율은 70%다. 투자는 HR자산운용·흥국자산운용 벤처펀드로 이뤄졌다.

비슷한 시기 라임자산운용도 크레아플래닛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에 벤처펀드로 150억원을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했다.

대개 콜옵션 비율은 10~30% 수준으로 결정돼왔다. 50~70%에 달하는 비율은 흔치 않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일정 자산을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우량 벤처기업은 많지 않다. 벤처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다. 대주주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이유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전환사채로 얻은 수익이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라며 "대주주가 많게는 70%까지 주식을 가져가는 상황을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형 자산운용사 독식 우려도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도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으려고 코스닥 벤처펀드를 조성했지만, 판매에는 소극적이다.

우량 투자처를 대형 경쟁사가 먼저 가져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실기업 물량을 무턱대고 받을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은 단기에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당국은 얼마 전 코스닥 벤처펀드 개선안을 내놓았다.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도 적격기관투자자(QIB) 시장에 등록한 채권을 편입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신용등급이 있는 채권만 투자할 수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펀드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려고 만든 것"이라며 "그런 취지에 어긋나지 않게 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판매액은 지난 2일 기준으로 2조원을 넘겼다. 공모형과 사모형이 각각 6480억원, 1조5500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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