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구조했다가 폭행·폭언 당한 구급대원 사망…문제는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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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기자
입력 2018-05-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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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급대원 폭행근절 매뉴얼에도 현장은 여전히 불안

[사진=연합뉴스]
 

취객에게 폭행을 당하고 한달 만에 숨을 거둔 구급대원이 뇌동맥류 파열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간 부검 소견이 나왔다.

지난달 2일 故 강연희(51) 소방위는 전북 익산시 평화동 익산역 앞 도로변에 쓰러져있던 취객 윤모(47)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폭행을 당했다. 

당시 함께 현장에 있던 동료 소방대원은 "전화하는 사이 취객이 강 소방위의 머리를 4~5대 정도 때렸다"고 진술했다. 

강 소방위는 폭행을 당한 이후 불면증에 시달렸고, 급기야 같은 달 5일 길을 걷다가 구토를 하며 쓰려졌다. 병원에서는 "폭행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율신경이 손상됐다"고 진단을 받았고, 대형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도 들었다. 

병세가 나빠지자 그는 이달 초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기로 예약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1일 오전 5시10분쯤 숨졌다.

강 소방위처럼 해마다 매 맞는 소방관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북 지역에서 일어난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최근 2년(2016~2017년) 사이 14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는 366건이 일어났다. 강 소방위가 근무한 인화센터도 몇 달 전 구급대원 2명이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소방기본법 제50조 제1호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 혹은 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법적 장치가 있어도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구급대원에게 행해지는 욕설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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