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美 트럼프 감세에 맞불" 중국도 세제개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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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5-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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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가가치세, 법인세, 기업소득세, 부동산세 개편

중국 세제제도 개편[그래픽=아주경제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감세 정책을 내놓은 이후인 올해 3월 미국에 갔다. 그 새 고용성장률이 30여%에 달하더라. 우리는 미국 5개 주(州)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트럼프 감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매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중국도 기업소득세 인하가 필요하지만 일괄적으로 낮춰서는 안 된다. 대기업은 그대로 두고, 영세기업에 기업소득세 감면 혜택을 집중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그게 중국에 걸맞은 감세 정책이다."

차오더왕(曹德旺) 푸야오(福耀) 유리 회장이 지난달 열린 보아오 아시아포럼에서 세제개혁에 대해 한 말이다. 그는 2016년부터 "중국에서 제조업 사업을 하면 미국에 있는 경쟁사보다 세금을 35% 더 내야 한다"며 중국의 세제개혁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내에서 기업 세금부담을 덜어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미국기업 순익이 크게 늘어나고 고용이 촉진되고 있는 것도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은 올 들어 증치세(부가가치세), 개인소득세, 기업소득세(법인세), 부동산세 방면에서 대대적인 세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1%P만 인하해도 40조원 감세효과

우선 첫째 개혁대상은 부가간접세인 증치세다. 중국 증치세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와 유사하다. 증치세는 상품의 각 생산단계를 거칠 때마다 기업이 지불하는 세금이다. 기업소득세와 함께 중국 정부의 양대 세수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10% 단일세율인 반면, 중국 증치세는 그동안 업종에 따라 ‘17%·11%·6%’ 3단계로 세율을 적용했다. 

하지만 5월부터 중국이 증치세 세율을 제조업 등 분야에서 1% 포인트(P) 인하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 부문은 기존 17%에서 16%로, 교통운수·건축 등은 11%에서 10%로 낮아진다. 기존의 6% 세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로써 세율이 기존의 ‘17%·11%·6%’에서 ‘16%·10%·6%’로 바뀌었다.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은 세율이 1% P 낮아져 연간 2400억 위안(약 40조6000억원) 감세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7월 4단계(6%·11%·13%·17%)로 구분된 세율을 3단계로 간소화한 지 반년 만에 또다시 증치세 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중국은 향후 세율을 2단계로 줄인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부가가치세 세율을 간소화하는 게 커다란 흐름이다. 전 세계 162개 국가 및 지역 중 부가가치세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75개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중국은 이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영업세·증치세 통합 개혁도 추진했다. 상품에 부과하는 증치세와 달리 영업세는 교통운수업·건설업·금융보험업·문화스포츠·오락서비스업 등 업종의 서비스에 대해 기업에 징수하는 부가가치세다. 이로 인해 서비스업 등 3차산업에서는 고정자산에 대해서 증치세가 부과되고 추가로 영업이익에 따른 영업세까지 부과돼 이중 과세 문제가 존재했다. 이에 중국은 서비스업 발전을 장려한다는 취지로 영업세와 증치세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국무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증치세·영업세 통합 개혁으로 2조1000억 위안 감세 효과를 봤다.

◆"창업·혁신 지원사격" '반값' 법인세 수혜대상 확대

중국은 간접세인 증치세 외에 직접세로 분류되는 기업소득세 인하도 추진 중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지난달 25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는 올해부터 실시할 7개 감세 조치를 내놓았다. 이에 따른 감세효과만 600억 위안(약 10조원)으로 예상됐다.

이 중 5개가 기업소득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들로, 모두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창업과 혁신, 연구개발(R&D)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딜로이트 회계법인 화북지역 세무비즈니스 컨설팅 책임파트너 주안(朱桉)은 중국 현지언론 신경보를 통해 밝혔다. 

우선 향후 3년간 '반값' 기업소득세 혜택을 받는 영세기업 과세소득액 상한선을 기존의 50만 위안에서 100만 위안으로 높였다. 

중국은 2008년부터 내외자기업 소득세율을 25%로 통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22%), 싱가포르(17%), 일본(23.9%)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중소·영세기업에 대해서는 10% 우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수혜 영세기업 범위도 점차 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우대세율 대상 영세기업은 연간 과세소득액 30만 위안 이하였으나 지난해 50만 위안, 올해부터는 100만 위안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외에 간접적으로 기업소득세 부담 경감에 도움이 되는 조치도 나왔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면 그해 감가상각을 100%까지 인정해주는 설비투자액 상한선을 기존의 100만 위안에서 500만 위안으로 5배 상향조정했으며, 기업의 해외 연구개발(R&D) 투자액도 세액공제 항목에 포함시켰다.

또 하이테크 기업과 기술형 중소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 기한도 기존의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이는 적자액을 소득액에서 공제하고 다른 사업연도에서 발생한 수익과 합해 차후 기업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하이테크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금이 상당하고 꾸준한 R&D 투자가 필요해 바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밖에 8개 전면 혁신개혁 시험지구 및 쑤저우(蘇州)공업원구 입주 기업에만 적용됐던 창업투자회사와 엔젤투자자에게 스타트업 투자액의 70%를 소득공제해 주는 혜택도 중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7년 만의 개인소득세 개편··· "징수기준 1만 위안까지 높여라" 

중국은 7년 만에 개인소득세 제도 개편에도 돌입했다. 리커창 총리는 앞서 3월 양회(兩會) 정부공작보고에서 이미 개인소득세 부과기준을 높이는 등 세제를 개편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개인소득세 과표구간은 모두 7개로, 세율은 3~45%에 달한다. 부과기준은 납세소득액 3500위안부터로, 2011년 이후 7년째 그대로 유지돼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둥밍주(董明珠) 거리전자 그룹 회장,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 등은 개인소득세 징수기준을 1만 위안까지 높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도 앞서 양회에서 개인소득세 징수기준을 7000위안으로 두배 올리는 방안을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부과기준을 높이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뤄훙빈(羅宏斌) 후난대 경제무역학원 교수는 세율을 낮추고 과세 구간을 넓히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쉬산다(許善達) 전 국가세무총국 국장도 "최고 45% 세율은 너무 높다"며 개인소득세 세율을 25%까지 낮출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개인소득세 징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에서 개인소득세 종류는 모두 11개다. 일반적으로 개인소득세로 통칭하는 급여소득 외에 노무보수, 원고료, 자영업자 사업소득, 특허권료 소득, 임대소득, 이자소득 등 다양하다. 예를 들면 노무보수의 경우 과표구간은 모두 3개로, 세율은 20~40%에 달한다. 원고료는 세율이 14%로 동일하다.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징수 방식이 서로 달라 복잡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나고 고소득계층의 탈세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또 현재 개인소득세는 지역별 격차를 고려하지 않아 자녀교육, 노인부양, 주택지출, 의료비 등 방면에서 세액공제를 해줄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 총리도 양회 정부공작보고에서 개인소득세 개편과 관련해 자녀교육, 질병치료 등 방면에서 세액공제를 늘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동산 거품 막아라" 부동산세 입법 추진

부동산세 도입도 올해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세제개혁 중 하나다.  

리 총리는 올해 정부공작보고에서 "안정적으로 부동산세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야오빈(史耀斌) 재정부 부부장도 양회에서 현재 부동산세 도입을 위한 기초 법안을 마련 중이고, 단계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세는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기초해 징수하고, 지방세로 걷어서 공공 복리를 위해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부동산세 징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19년 부동산세 입법 절차를 완료하고 2020년쯤 시행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시간표도 내놓았다. 

류젠원(劉劍文) 베이징대 세제연구센터 주임은 법제일보를 통해 "부동산세 징수범위와 면제대상, 그리고 징수기준(면적·가격·보유 수)을 정하는 게 향후 입법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2011년 상하이·충칭에서 부동산세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세율은 0.4~1.2%로 책정하고 고가 주택 보유자나 외지인에게만 부동산세를 부과하거나 첫 주택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저소득층 주택 보유자를 배려했다. 이후 차츰 전국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주택 시장 침체 등 경제 둔화 여파, 고위 관료 등 다주택 보유자들의 보이지 않는 반대로 부동산세 도입은 더뎠던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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