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선의 워라밸 워치] 롯데 아빠의 ‘육아휴직’ 한 달,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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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8-05-0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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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최초, 작년 1월부터 육아휴직 의무화

  • 男직원들 “아내에게 점수 따고, 내몸도 힐링”

롯데그룹이 시행하는 남성 육아휴직자 대상 교육프로그램 ‘대디스쿨’에 참석한 직원들이 예비아빠 매뉴얼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롯데그룹은 지난해 1월 국내 대기업 최초로 모든 계열사에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이에 따라 롯데 남성 직원들은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1개월 이상 무조건 육아휴직을 써야 합니다.

배우자의 출산 예정일을 즈음해 회사 인사팀에서 해당 직원에게 “언제 육아휴직 쓰실 거죠?”라는 압박(?) 전화가 옵니다.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통상 의무 육아휴직은 출산 후 3개월 이내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개인 사정에 따라 바로 육아휴직이 힘든 경우 외벌이 직원은 출산 1년 안에, 맞벌이는 아내와 번갈아 쓸 수 있도록 출산 후 2년 안에 언제든 쓸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특히 롯데는 경제적 부담으로 육아휴직을 주저하는 직원들이 없도록 휴직 첫 달 ‘통상임금 100%’를 보전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육아휴직급여 상한은 월 100만원인데, 통상임금과의 차액을 회사가 지원하는 것이죠. 여기다 교육 프로그램인 ‘롯데 대디스쿨’도 열어 초보아빠들은 다양한 육아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남성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지난해 1년간 육아휴직을 쓴 롯데 남성 직원은 1100명에 이릅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밝힌 작년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 1만2000명의 10%에 가까운 수치로, 10명 중 1명이 ‘롯데 아빠’인 것입니다. 제도 시행 이후 올해 3월까지 총 1500명의 롯데 남성 직원들이 한 달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롯데에서 ‘1호 남성 육아휴직자’인 롯데쇼핑의 최모 대리는 지난해 둘째 아이 출산을 즈음해 한 달 육아휴직을 다녀왔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니, 회사 동료나 타사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특히 아내 혼자 힘들게 해온 육아를 함께 할 수 있어 아내에게 점수를 많이 땄다고 합니다. 그동안 미처 못 챙기던 첫째 아이와 이 기간 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큰 행복이었다고 하네요.

일부 남성 직원들은 육아휴직 기간을 자신을 위한 ‘힐링’의 시간으로 쓰기도 합니다. 롯데홈쇼핑의 한 남성 직원은 아내와 아이를 보살피는 와중에 며칠 짬을 내 ‘라식 수술’을 했습니다. 고도근시라 불편함이 컸던 그의 삶의 질은 대폭 상승했죠. 아직도 안경 쓰지 않은 그의 얼굴은 좀 낯설지만,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습니다.

사실 롯데그룹도 ‘남자들도 육아를 하고, 이를 위해 회사를 쉬게 한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육아휴직을 승인하는 남성 간부들은 그런 경험이 없으니 생경할 수 있죠. 하지만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지로 ‘의무화’를 시작하면서, 롯데 남성 직원들의 워라밸은 가능해졌습니다. 리더 한 명의 올곧은 판단이 임직원 수천 명의 행복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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