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주의 도심 속 진주 찾기] ‘아오지 에코 힐스테이트’에 입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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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8-04-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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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입대해야 하는데 남북관계 좋아지면 군대 안 가거나 복무 기간이 줄어드나요? 그렇다면 최대한 늦춰보려고요.”

“최대한 빨리 가세요. 지금은 기껏해야 강원도지만 조금 더 있으면 백두산, 개마고원으로 갑니다. 빨리 가는 게 최선입니다.”

지난 27일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온라인 유머게시판을 휩쓴 글입니다.

시종일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한이 핵 실험장 폐쇄 의지까지 밝히자 모두들 노래 가사 속에만 존재하던 ‘통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단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남북관계 평화 모드에 관련 주식도 치솟고 있고 기업들도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나섰습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통일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쯤 상상해보셨을 겁니다.

부동산 기자가 상상하는 통일 이후 상황은 이렇습니다.

우선 평양과 개성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미개발지로 남아있는 북한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이어질 겁니다. 10대 대형 건설사는 물론 건설 경기 하락세에 맥을 못 추던 중소기업들도 불모지를 향해 달려갈 겁니다.

그렇다면 몇 년 뒤에는 ‘아오지 에코 힐스테이트’, ‘개마고원 자이’, ‘e편한세상 함흥’이 모델하우스를 열고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겠죠.

3000조의 광물 자원이 매장돼 있다고 알려진 북한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탄광으로 출퇴근이 쉬운 ‘직주근접’ 아파트가 인기를 끌지도 모릅니다. 그럼 또 청약을 할 때 탄광 근무자들을 위한 ‘탄광업 특별 공급’도 있어야겠죠.

탄광 입구와 아파트 지하 커뮤니티 시설이 이어지는 단지가 등장한다면 저는 ‘지하로 연결되는 원스톱 라이프’라고 제목을 달아 분양 기사를 쓰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탄광 근무자들의 청약통장으로 불법 청약을 넣는 사람들이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체로 파주의 땅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사를 보면 이 상상이 다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농담을 주고 받다가 곧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 때까지 부동산 기자를 할까?”

덧붙여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준 동료 기자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원고료는 평양냉면으로 대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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