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담 언급에 한숨 돌린 中…고립 피하기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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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4-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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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내 지분 재확인, '차이나패싱' 비껴가

  • 남북미 회담이 우선, 발언권 줄까 노심초사

  • 앙숙 印과 회담, 친미 포위전선 구축 막는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왼쪽부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아주경제DB]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추가 회담의 당사국으로 중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차이나 패싱'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급진전을 이룰 경우 한반도 내 중국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하고 남쪽 대국인 인도와의 기싸움이 여전한 가운데 자칫 북·미 밀월 관계까지 형성된다면 사방으로 포위당하는 형국에 빠질 수 있다.

중국이 고립 탈출에 주안점을 둔 외교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中 "한반도 비핵화, 적극적 역할 수행할 것"

지난 27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뒤이어 나온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접한 중국은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중요한 당사국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차이나 패싱'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원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청샤오허(成曉河)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정전협정 서명국으로 중국의 참여 없이 남·북과 미국이 전쟁을 종식할 수는 없다"며 "중국이 배제된다면 비핵화에 대한 상호 신뢰가 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참여는 맨 마지막, 영향력 축소 불가피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이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5월 중으로 열린다. 

북·미가 비핵화와 관련해 원칙적 합의에 이를 경우 양국 관계는 급속히 정상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핵을 제외한 남·북 간 군축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된다. 종잇조각에 불과한 정전협정 및 평화협정 문서보다 실질적인 진전이 중요하다.

중국이 회담에 참여하는 것은 그 다음이 될 공산이 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남·북 정상회담 후 중국을 배제한 한국과 북한, 미국의 3자회담이 우선 추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고위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은 초기에 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원유, 식량 등에서 중국에 의존해 왔지만 한·미와 관계 개선을 이룬다면 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북한은 물론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힘든 배경이다.

이는 지난달 26일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때 입증된 바 있다.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는 파격적인 의전을 제공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 추이를 감안해 적극적인 경제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중국 학자들은 북한이 지난 20일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선포한 데 대해 중국이 항만·도로·교량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 등에 경제특구를 추가 조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비공식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고립 가능성에 경계심, 인도에도 러브콜

미국과의 통상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가 밀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은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 중 하나다.

인도와 대만 등 인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하면 중국이 친미 전선에 둘러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지난 27일 시진핑 주석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비공식 회담에 나선 것은 고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양국은 지난해 6~8월 히말라야 도클람(중국명 둥랑)에서 73일 동안 무장 대치하며 투석전까지 벌이는 등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 사이의 문제는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성격의 것들로, 양국 관계는 그보다 더 폭넓고 지속적이다"며 손을 내밀었다.

양안 관계는 미국까지 얽혀 있어 좀 더 복잡하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탓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을 향해 양안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주요 언론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이 정치적 조건 없이 만나자는 건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고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다만 상황이 어떤 식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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