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예전 그대로가 좋아요 ‘혐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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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4-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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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단골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꽉 차있다 못해 긴 줄까지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지역 주민들에게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어 붐비긴 했지만 비집고 들어가면 뚝배기 한 그릇과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는 곳이었다. “모 방송사에서 다녀간 뒤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사장 말에 김씨는 “TV 프로그램에 야속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혐핫(嫌HOT)’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특정 장소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이 몰리는 상황을 기피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곧 “사람이 많으면 가기 싫다”는 소비자 심리다.

혐핫 신드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핫플레이스 언급량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수도권 내 핫플레이스 연관 장소 인터넷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강남, 이태원, 명동, 신촌, 상수 등의 지역 언급량은 크게 줄었다. 반면 느낌, 메뉴, 취향 등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즉 특정 장소를 찾기보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곳을 찾는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게 없다는 것도 혐핫을 키우는 계기다. 박모씨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다낭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는 블로거들이 소개한 몇몇 맛집을 방문한 뒤 후회된다는 말을 연거푸 반복했다. 가격만 비쌀 뿐 맛과 서비스는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지인들이 가득한 식당을 방문하고 나서 뜻밖의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다. 

핫플레이스가 되기를 거부하는 업소들도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영국의 유명 레스토랑 ‘워터사이드 인’과 영국의 미슐랭 레스토랑 ‘워터사이드 인’, 미국 뉴욕의 ‘모모푸쿠 코’ 등 해외 레스토랑들은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우라나라에서도 사진촬영을 금지하거나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가게들이 나오고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하는 '소확행'이 우리나라 소비 트렌드로 이미 자리잡았다면 혐핫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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