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나의 아저씨’가 서민금융을 알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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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입력 2018-04-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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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요즘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인기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이지안(아이유 분)’은 파견직으로 일하며 병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돈이 되는 일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번 돈은 꼬박꼬박 빚을 갚는 데 쓴다. 여기에 매번 폭력과 협박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추심까지 감당해야 한다. 주변인물로 나오는 ‘상훈’이라는 인물도 채무불이행자라는 이유로 취업에 실패하고 만다.

이런 암울한 설정이 비단 드라마 속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빚 부담과 과도한 추심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을 통해 접수된 미등록 대부, 고금리 대출 등의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건수는 2014년 이후 매년 10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와 방문을 통해 협박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압적인 추심을 해 상대방이 피해를 보는 일도 다반사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이 높다보니 고금리 대부업이나 사채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금융지식이 부족해 서민금융지원제도나 복지제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2015년부터 단전이나 단수, 공과급 체납 등의 정보를 통해 28만명의 사회복지 대상자가 발굴됐지만 이 중 정부나 민간의 지원을 받은 경우는 약 25%인 7만100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증평 모녀 자살사건 등처럼 금융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생활고로 인해 빚어지는 비극적인 선택이 지속되는 이유다.

서민금융진흥원과 사회보장정보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협업을 통해 지난 해 7월부터 종합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종합상담은 여러 금융회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가장 유리한 상품으로 안내하는 맞춤대출 상담부터 취업연계, 재무진단 등 금융생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특히 맞춤대출 상담 결과 서민금융지원의 대상 요건이 되지 않거나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복지제도로 연계한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아직 종합상담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최근에는 혼자 사는 60대 여성이 암 투병으로 인한 병원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문의했다가 종합상담을 통해 정부의 기초생계비와 의료급여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채무조정 대상이 되지 않아 좌절하고 있던 차에 종합상담을 통해 기초생계비를 지원받은 분도 있다. 실제 지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09명 정도다. 높은 수준은 아니나 서민금융의 특성상 복지 취약계층을 위주로 지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주인공에게는 묵묵히 곁을 지키는 아저씨 ‘박동훈’이 있다. 그는 주인공이 배고플 때 밥을 사주고, 주인공의 할머니가 입소비용을 내지 못해 요양원에서 쫓겨나자 부양의무자가 없으면 요양원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차가운 세상에서 혈혈단신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에게 아저씨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나무와 같은 존재다. 이처럼 서민금융진흥원도 종합상담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아저씨’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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