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해외 투기자본에 무방비…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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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김지윤 기자
입력 2018-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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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개정…불법 범위확대 글로벌 흐름 역행

  • 삼성 등 7개 기업 외국인 지분 절반…일부 헤지펀드 단기 이익만 노려

삼성전자 사옥[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간판 기업들마저 외국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최종구 위원장까지 직접 나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종용하고 있다. 대기업그룹 소속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의 주식을 선제적으로 파는 게 골자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적용 대상이 삼성뿐이라 일명 ‘삼성생명 법’이라 불린다.

선진국에선 폐지하는 추세인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법무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도 국내 기업의 골칫거리다.

◆ "선진국, 기업지배구조 폭넓게 인정"

이들 제도는 모두 소수 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꼽힌다.

반면 재계는 정부 추진 방향대로 상법 등이 개정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해외 악성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과거 헤지펀드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 이사회 과반수를 장악한 후 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사냥꾼'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와 KT&G는 외국인 지분이 52%를 넘고 포스코와 네이버는 각각 57.5%, 59.6%에 달한다. SK하이닉스(49.7%), 이마트(49.4%), LG생활건강(46.4%) 등도 외국인 보유 지분이 절반에 육박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도입된다면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은 연합하는 외국 기관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다 선임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마다 저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투자자의 판단에 맡기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지배구조를 소액주주에게 유리하게 하는 방향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대주주에게도 유리한 방향을 동시에 생각하는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 개입은 글로벌 흐름에도 뒤처진다는 견해도 있다. 선진국에서도 불법행위가 아니라면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에서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자본에 대해선 적정성을 따지지 않는다. 보험회사가 언제든지 출자 지분을 매각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쓸 수 있다면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 전문가들 "보험업법 개정안,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단순히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출자한 자본 모두를 가용자본에서 제외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준선 한국기업법 연구소 이사장은 “정부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상법 개정 등 압력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라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의 주인은 '주주'고, 결국 기업의 운영 방식은 주주를 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라면서 “일반적인 규칙을 빼놓고는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에 많이 참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배당 확대에만 관심을 둔 일부 헤지펀드들과는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생존 전략을 논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헤지펀드들이 최근 들어서는 대상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 지분만을 확보하고 자기 사람 1~2명만을 이사회 진출시켜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상승시켜 차익을 취득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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